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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초4 작은 녀석의 영어 진행기

깊은샘1 2007. 12. 8. 02:21

야호~ 낼은 놀토^&^

날이 추워지면 저는

컴책상앞에서도 덜덜 떨고 있어서리

뜨끈하게 침대위의 장판을 키고  이불속에서만 논답니다.

그래서 추운날엔 식구들도 다 안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남표니도 출근시키기 아깝고 아그들도 학교보내기 싫고...ㅋㅋ

 

오늘은 초4 작은 녀석 이야기를 써볼께요.

형아가 시디를 할때 컴 옆에서 뒹굴거린 녀석이라 나름 기대가 있었지요.

좀 일찍 영어를 시작할까 했는데 한글도 못떼고 학교를 간 녀석이라 기다릴 수 밖에 없었구요.

1학년때 담임샘이 날마다 받아쓰기를 하면서 과욕을 부리시는 바람에

작은 녀석은 1년 내내 울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지극히 내향적인 아이라 애기때부터 밖에도 안나가고

집에서 그림만 그리고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이던 녀석이거든요.

아이들이 바보라고 놀린다고 하는 것을 걱정은 하면서도 혼자 이겨내야지 어쩌겠나 버텼지요.

그러면서 집에서 조금씩 받아쓰기를 시키면서 보니

기억력은 좋은 녀석이 돌아서면 ㄱ 과 ㄴ을 구분을 못하더라구요.

아이가 문자에 마음을 닫았단 느낌이 들었어요.

얼마간 연습을 시키다 덮어버리고는 그때부터 주구장창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거의 1년을 날마다 100~200페이지가 되는 책들을 두시간씩 읽어주었고

그러고 나서야 아이가 글자를 읽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아이라 영어는 엄두도 못내고 기다리다가

3학년 초에 친구가 학원을 시작하면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쯤엔 아이가 막 한글책읽기에 재미를 붙여서

마구 읽어대기 시작할때였어요.

엄청나게 읽어댔습니다.

위인전을 읽고 또 읽고 각종 창작동화류도 마구 읽어대고

특이한 것은 이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저에게 가끔 질문을   했어요.

"엄마,이황은 우리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살다가셨쟎아.

근데 이 위인전을 쓴 사람은 어떻게 이황이 어릴때 이런 걸 한걸 알아?"

" 이 사람 태몽이 이렇다는 걸 이 작가는 어떻게 알아냈을까?"

혹은 그림의 아주 세밀한 부분을 보면서 저에게 신기하단 듯이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얘가 어릴때 4년정도를 공룡책과 공룡 퍼즐,공룡 장난감만 끌고 다녔었거든요.

그때도 책방의 책꽂이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중에서

세로부분의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공룡그림을 보고 공룡책을 찾아내던 녀석이랍니다.

그러던 아이가 이런 태도로 책을 대해서 이 녀석이 관찰력이 좀 있구나.

책을 마구 읽지않고 생각을 하면서 읽는구나 싶었어요.

 

영어를 시작하자 이런 장점들은 또 다 묻히고

다시 한글을 배우던 때의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조금 파닉스를 깨쳐가나봅니다.

영어를 하면서도 한글배울때의 문자앞에서의 마음닫힘이 느껴져서

학원에서 하는 것 외에는 파닉스를 애써 가르치지 않았답니다.

그냥 그림책들을 읽어주었고 지금도 읽어주고 있습니다.

테입듣는 것도 좋아라 하지 않아서 잘때만 테입을 들려줍니다.

 

학원은 시디와 원어민 수업을 병행하는 학원이고 주 1회 4시간정도 있다옵니다.

시디수업도 하루에 몰아버렸기땜에 좀 오래 있다 오지만 재미있어하구요.

날마다 하루 1시간씩 집에서 시디를 해야합니다.

큰 녀석 할때는 1시간을 꼬박 앉아있었는데 작은 녀석 할때는 꾀가 나서

뒤에서 딴짓을 했었거든요.

근데  더 이상 영어를 방치 하다간 자칫 흥미를 잃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양을 늘리지는 못해도 옆에는 붙어있어야겠다 맘먹고 요즘은 옆에 앉아있습니다.

-근데 진짜 지겹습니다.ㅎㅎ-

 

한집에서 두 아이를 같이 시디수업을 할때의 주의점은

큰 아이가 할때 작은 아이에겐 시디가 노출이 되지 않아야 한답니다.

이유는 작은 아이가 자기도 다 한것처럼 혹은 다 아는 것처럼 느낄수 있다네요.

그런데 이 주의점을 저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작은 아이는 큰 애처럼 시디에 큰 흥미가 없습니다.

그래도 테입듣기보다는 좋아라해서 이 방법으로 하는 거구요.

큰 아이가 유추가 빠른 아이고 몰라도 덤벼드는 형이라면

작은 아이는 모르면 절대 덤비지 않는 형이라 옆에서 조금씩 해석도 해줘가며

방법도 힌트를 줘가며 하니 엄마랑 하니까 훨씬 재밌답니다.흑

 

이런 녀석이 읽어달라는 책은 베렌스타인 베어즈랍니다.

어흑~ 제가 요즘 머리 싸매가면서 이 책들을 읽다가는

시디와 책을 싸들고 다닙니다.

읽다가 모르는 단어도 많아서 단어 앞에서 버벅거릴때도 많구요.

문장이 길어지면 숨이 차서 아무데서나 끊어 읽기 일쑤라

차에서 시디를 돌리고 있습니다.ㅎ

고장난 전자사전도 as 맡겼습니다.

엄마가 읽으면서도 뭔 소린지 모를때도 많구만 넌 내용도 모르면서 도대체 왜 이걸 끌고 오는거얏?

물었더니

그림이 재밌답니다.흑흑

 

저는 이 아이가 한글과 똑같은 경로로 영어를 익히고 있단 생각이 들어서

그냥 이렇게 가다가 어느 순간 한글책 읽어대듯이 영어책을 읽어댈 날이 올거란 생각으로

느긋하게 가고 있습니다.

다른 점은 우리말처럼 듣기가 충분히 되지 않는다는 거라

방학이 되면 비디오를 좀 많이 보여줄까 정도만 생각하고 있어요.

집중듣기도 좋아하지 않을 거 같고 흘려듣기도 싫어라해요.

차 타고 가면 그냥 저에게 주절주절 얘기해주고 제가 맞장구 쳐주는걸 좋아하더라구요.이궁

 

내년이면 5학년이 되고 따로 수학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니고

다른 학과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보기엔 참 걱정스런 상황이지만

저는 공부가 아니라 이 아이의 마음이 걱정이거든요.

넘 내향적이고 걱정도 많고 불안감도 많은 아이라

적어도 엄마와 집에 대해서는 걱정되는 일이 없게 해주는게 우선인지라

영어고 뭣이고 다 눈 감고-글치만 진짜 속으론 한숨이 푹푹 나요-

그냥 아이랑 뒹굴거리고 있답니다.

 

가끔씩 학원에서도 상처를 받는 아이를 보면

더 상처받기전에 좀 빡시게 시켜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과

그러다간 그나마 있는 흥미를 잃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사이에서 늘  갈등하지만

문제는 꼭 후자의 손을 들어버린다는 거지요.ㅎ

그 손을 든 상태에서 전자의 효과를 내기 위해

요즘 안 돌아가는 제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제가 학생 같아요.

미리 책읽고 단어 찾아놓고 시디 하는 옆에서 열심히 단어 찾고 있어요.흑흑

책 읽어주면서 마치 저는 알았던 거처럼

얘네가 지금 뭐 하는 것 같아?하고 묻고는

또 열심히 설명도 해주곤 한답니다.

이 아인 이 방법으로 가야할것 같아요.

 

이렇게 느리게 가는 녀석도 있어요.

자랑도 아닌걸 이리 크게 떠들어도 되는 건지...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