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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추천 : Good Will Hunting

깊은샘1 2007. 12. 5. 20:31

지난 9월에 보았던 영화입니다. 코로나님의 글에 대한 제 마음입니다.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이라, 존대말이 아니니 감안하고 봐주세요. 아래 글의 '어느 분'은 화이트 린넨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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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의 추천에 힘입어 작년에 사두고 보지 않았던 영화 '굿 윌 헌팅'을 보았다, 딸이랑 둘이서, 토요일에.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굿 윌 헌팅' 이 '바람직한 의지의 사냥'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그게 뭔 말이여?

또 하나, 좋은 영화라는 소리를 익히 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 로빈 윌리암스 주연이며, 이 남자가 젊은 배우랑 나란히 웃으며 앉아있는 DVD 껍데기를 보고 '뭐 대충 '죽은 시인의 사회'나 '뷰티풀 마인드'류의 영화이겠군. 좋긴 하겠지만, 감동받아 울고 나서는 현실에 더 아파하기는 이제 싫거든'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게 굳이 이 DVD를 소장만 한 채로 일년도 더 방치한 이유라면 이유이겠다.

 

그러나, 아들의 사춘기 운운하며 고민하는 나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준 분이 그 영화안에 자신의 답변이 일부 들어있다하셔서 솔직히 보물찾기나 퍼즐풀기 같은 호기심도 일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열쇠'를 꼭 찾기 바란다는 그분의 진심이 나를 흔들었다.

 

 

 

스토리는 단순했다.그러나, 치밀했다. 

고아로 태어나 세번의 입양과 파양, 양부에게서 받은 학대 등으로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사는 천재청년 윌 헌팅. 자신의 사회적 지지자들은 그렇고그런 친구 몇명뿐. 굳이 40분이나 걸리는 전철을 타고 MIT 대학의 청소부를 하며 수학상에 빛나는 랭보교수가 복도 칠판에 내 놓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면서 자신의 억압된 꿈(인정받고 싶은 욕구, 사랑받고 싶은 욕구라고 나는 생각한다.)을 드러낸다.

 

그러나,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면서 겉으로는 유순한 척, 세상을 통달한 척하면서도 적대감(hostility)으로 온통 상처받고 있는지라, 유치원시절 자신을 괴롭혔다는 청년을 우연히 마주치고는 냅다 그를 흠씬 두들겨패 법정에 서게 된다. 그 사건 바로 직전에는 자신과는 다른 형태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하버드여대생 스카일라를 만나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하나가 일으킬 물결을 예감하며 설레기도 두려워도 하고. 어쨌거나 보석금 5만불을 내야지만 풀려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랭보교수덕에 풀려나오지만, 두 가지 계약사항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매주 정신과치료를 받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정신과의사 로빈 윌리암스를 만나게 되는 계기이었다.

 

알콜중독자인 아버지를 둔 성장기, 랭보교수와의 경쟁을 털고 의사의 길로 가게 된 청년기, 자신의 동반자로 삶의 치유자역할을 해 왔던 아내의 죽음으로 깊이 상처받은 장년기의 로빈 윌리암스에게 윌 헌팅은 겨우 봉합만 해 놓은 상처를 헤집어내는 존재이었다. 그러나, 윌과 조우하기 전, 그가 의대수업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의사-환자의 관계, 그렇지 않은 관계'를 힘주어 말했듯 '힘들지만 이해하려 하고, 말하고 싶지 않을땐 말할 자유를 주고, 진정으로 도와주려는 그 관계'를 지속되는 만남을 통해 둘은 이루어가고 있었다.

 

다들 자신의 방식으로 도와주려 하지만, 윌이 가장 받고 싶었던 도움은....

"니 말을 하란 말이야, 남의 말 말고."

"니가 하고 싶은 게 뭐지? What do you want to do?"

........... 막바지에 이르며 윌에게 이제는 따뜻한 한 사람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정신과 의사 로빈 윌리암스는 윌의 마음의 문 빗장을 열게 하는 한 마디를 한다.

"It's not your fault." 책상에 기대어 선 윌, "I know."

따뜻한 눈으로 응시하며 "It's not your fault."  윌, 여전히 그런 자세로 "I know."

다가가며 "It's not your fault." 윌, 눈썹을 들었다 올리고 어깨도 들었다내리며  "Yes, I know it."

눈에 이슬이 맺히며 완전히 다가가 "It's not your fault." 윌, 와락 흐느끼자,

윌을 꼭 안아주며 "It's not your fault."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단지 "Bad, but Genius Will Hunting" 이었으나,

그의 눈에는 "Just Good Will Hunting"이었던 것이다.

 

윌이 버려져 고아로 된 것도, 양부에게서 학대받은 것도, 마음의 문을 닫은 채 또 버려질까봐 사랑하는 여인 스카일라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먼저 떠나는 것도 "It's not your fault!"

 

그래,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렇다고 나의 잘못도 아닌 게야.

 

첼리스트 장한나는 11살에 로스트로코비치를 만나 특별한 사제의 연을 맺었다. 14살 되던 해 로스트로포비치는 "오늘이 마지막 레슨이다. 이제 음악의 열쇠를 줬으니 네가 스스로 문을 열어라" 했다한다. 그런 예술의 열쇠는 아니지만, 우리는 참 우연같은 필연의 구체적 행위를 통해 '열쇠'를 손에 넣었다. 그 열쇠를 손에 넣음으로써 우리 부부가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며 애쓰고 실망하고 아이를 비난했던 그게 실은 "It's not his fault."였다는 걸 알았다. 이제 아이를 blame할 이유도, 그렇다고 부모인 우리를 blame할 이유도 없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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