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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평화 : 이 꽃을 보세요. 혼자서도 꿋꿋한 아름다운 이 꽃을요

깊은샘1 2007. 12. 26. 12:30

최근 게으름의 절정체였던 느평이가 어느날 빨래를 널러 베란다에 나갔다가

저 혼자 피어 고고한 자태를 뽐내다못해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꽃이 아니었던 이 꽃을 보았습니다.

(저는 꽃들에게 물을 주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늘 딴 분이 물을 주었지요.)

옥색이라 불러야할까. 분홍도 자주빛도 아닌 색깔.

무슨 색이라 불러야할까.

 

사뿐사뿐 춤추는 학의 날개같은 꽃잎이며

저마다의 방향으로 갈구하는 듯한 자태하며....

죽을듯 죽을듯 누렇게 떠가던 연두줄기를 안고 저렇듯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니

난이여, 사군자로 일컬어지던 그 역사를 알겠소.

 

어느 겨울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이 느평이를 사랑해주기 위해 피어주신 은은하신

그러나, 강렬하신 난초꽃에 매혹되어

남편을 불러 보라 했어요.

"여보, 어쩜 저렇게 예쁠까. 잎사귀도 누렇게 되고 해서 죽지는 않았나 생각했는데,

정말 신경써주지 않았는데 저렇게 꽃을 다 피웠네."

"저렇게 예쁘면 평소에 물도 좀 주고 사랑으로 가꾸어줘라.

사람이고 꽃이고 금붕어고간에 생명있는 것들은 사랑으로 돌봐야지...."

('그거야 그렇지만...')

"넌 피어난 꽃만 좋아하는 걸 보니, 결과를 중요시하는 사람이고, 난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야."

"내가 결과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라고??"

('정말 그런가....그러고보니 그렇네.)

 

전 어떤 때는 저*의 화초들, 내가 산 것도 아닌데 팍 말라버리지는 않나, 아이고 귀찮아....금붕어는 왜 맨날 나만 물갈아줘야하는 거야, 치~~ 자기는 물고기밥주는 재미있는 것만 하고서는.... 이랬답니다.

이러니, 자식들에게도 저의 진성성이 덜 미쳤나봅니다.

 

어제밤 제가 구독하는 잡지, '민들레'를 읽다가 이런 구절이 가슴을 후벼파더군요.

정확한 구절은 책을 봐야겠지만, 대략 기억하기로 이렇습니다.

'아이들은 엄마를 도발합니다. 엄마가 세상을 보는 창이거든요. 끊임없이 건드려서 엄마가 대처하는 것을 보고, 엄마가 세상을 대하고 문제를 푸는 방식을 보고 배웁니다.......아이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 이 어려움후에 내가 어떻게 성장할것인지를 생각하십시오. 아이와 내가 같이 성장하는 관계임을 생각하십시오.'

 

남편이 저에게 늘 하는 말이,

그냥 아이를 대하지 말고, 항상 피드백을 생각해라...입니다.

피.드.백

같.이.성.장

온전히 가정주부로 살아온 첫 한해, 2007년을 보내며 내년엔 이 두 단어 실천을 다짐합니다.

 

물먹은 솜처럼 처져있던 요 근자를 홈런치듯 한방에 날릴수는 없겠지만,

물먹은 솜같은 최근의 여러 우리 새미네 동지들과 같이

저 꽃의 꿋꿋한 아름다움을 나누며 힘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