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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맘: 해리가 지리산을 다녀왔어요

깊은샘1 2007. 8. 8. 01:15

해리와 해리아빠만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사춘기의 모든 증상을 보이는 해리는

무언가를 해주어야 할것같은 부모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분히 아빠를 따라 갔습니다.

가면서< 엄마는 좀 쉬어 >하는걸 보면 자기눈에도 엄마가 자기일로

스트레스 만땅이라는걸 아는거겠지요.

밤 10시 50분 기차를 타야해서 집에서 어두운 9시에 베낭을 베고 나가는 아들과 아비를

베렌다에서 내려다보면서 마음이 이상해졌습니다.

 

하루는 정말 너무 좋았어요.오랜만의 나의 휴가입니다.

식사도 청소도 아이공부도 신경안쓰고 실컷 티비보고 딩굴딩굴

하지만  오후5시에 간곳은 영어전문서점입니다. 책 보다가 해리책만 4권 사가지고 나왔습니다.

혼자서 맛있는 걸 먹을까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비가 쏟아질것같아 책이 젖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얼른 집에오는 버스를 탔습니다. 그러구선 <아이 난 참 바보야> 했습니다.

 

그 다음날 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내려오라고 할까, 참견하지 말까. 내려오는데 비가오면 위험한데... 우짤까 ?

오후가 되어서도 1박을 더 하겠다던 해리아빠에게서  암만해도 내려가야겠다는 전화를 받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밤 12시가 넘어서 씩씩한 해리와 3킬로나 빠진 해리아빠의 핼쓱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이면서

해리엄마의 휴가는 끝이나서 시원 섭섭했습니다.

 

해리아빠는 아들과의 여행이 좋았나봅니다.

오늘은 지리산 종주기라는 글을 에이포6장을 써가지고 왔네요.

(회사에서 이러면 안되는데... 한번도 없던 일입니다. 애사심이 강해서 아들도 자기회사에 왔으면 하는 아빠입니다)

중간중간을 보니...

 

당초 계획은 장터목에서 1박을  더하고 천황봉에서 해뜨는 것을 보려고 했으나

비가온다는 예보로 인하여 장터목에 도착할 때까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였고

다행히 아들은 세석에서 서울로 가자하던 것을

나의설득(아빠도 40여년만에 처음이라는 말과 mp3에 곡을 몇곡 받아주겠다고 꼬심)에

1박 더하고 가자는 것으로 결정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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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에 도착하니 비가 온다는 예보로 점심먹기로 한것을 곧바로 천황봉으로 가기로하고

허기 진다는 아들 말에 포카리와 초코파이로 때우고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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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코스의 마지막인 천황봉 가는 길은 처음부터 급경사로 오르는 길이라 초반부터 힘들며 이후 오름과 내림이 두세번 반복되고 정상에 도착해서도 감회를 느끼기전에 촉박한 시간때문에 아들사진 찍어주고 급하게 내려왔다.

하산하는 길은 2시간 30분 소요라고 하였으나 약 3km가 돌밭으로 이어져 가장 힘든 일정이었고 차량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맞추려 하다보니 아들과 나는 무척 힘이 들었다.

산악회 차량에 편승하여 대전에 도착후 서울로 이동하려 하였으나 대전근처에서 엄청난 비로 다시 막막한 심정이었으나 아들 앞이라 별다른 말없이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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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후기

먼저 다행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무사히 정해진 일정을 앞당겨 다녀온것에 감사하며 특히 아들이 지금까지는 어린아이였는데 이번종주로 인하여 심성과 체력이 어느정도 성장하였음을 확인하였고 이동중 많은 등산객들이 아들에게 많은 칭찬을 해주어 아들도 기분이 업된 상태로 끝까지 다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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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간 지리산 종주를 하고싶었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 도전을 하고 싶었다.

허나 마눌의 전폭적인 강권아래 아들이 껴서 더욱 심적 부담이 되었고

3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 있다는 천황봉의 일출을 봐야하는데

변덕스런 날씨로 체념하고 일찍 내려온것도 그렇고

충분한 볼거리를 감상하며 산행을 해야하는데 촉박하게 다니다보니

주변을 거의 못본것도 아쉬었다

 

한번더 마눌과 아들이 함께하며 좀더 여유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산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아버지는 일요일에 많이 자고 먹고 하였는데 아들은 조금 자고도 쌩쌩해보여 저아가 체력이

이리 좋았었나 어리둥절했습니다.

어쨌거나  아들이 힘든여정 내내 아빠에게 힘든 내색 없이 다녀 아빠는 감동을 받은 듯했습니다

엄마의 계획은 아빠가 힘들어도 아이에게 모질고 힘들게 해서 철좀 들었으면 바랬지만

전혀 그런 기미는 없었습니다.

그저 원래 좋았던 부자사이만 더 돈독해 진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의 휴가는 이리 쫑나고 다시 월요일부터 뺀질되는 아들놈과의 전쟁은 시작 되었습니다.

이제 엄마가 계룡산에 올라 도를 닦아야 할 차례인가 봅니다.

누구 저와 함께 도닦으러 계룡산 가실분 쪽지 보내 주십시오. 애고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