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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파파 : 어떻게 지내나?

깊은샘1 2007. 10. 17. 11:13

딸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냐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불과 얼마 전에 쓴 글인데도 내용이 마땅치 않네요. 할 수 없죠. 먼저 공부에 대한 이야기에요. 이 놈은 하두 상황이 수시로 변해서 자세히 설명하기가 어렵답니다. 더우기 어떤 결과물이 없어요. 이 나이에 흔한 토플 성적표 하나 갖고 있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제 이야기가 맞는지도 확인하기 쉽지 않죠. 우선 초, 중학교를 거치면서 공부를 한 적이 거의 없구요. 필요하다면 시험 며칠 앞두고 문제집을 사다준 적이 있어요. 중3 9월말에 캐나다에 갔다가 올 6월 말에 돌아왔어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할 게요. 아래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은 그런 사정 때문이랍니다. 내용의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휘갈겨 쓴 글이니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일단 미국대학을 준비하고 있구요.

 

하나는 모의고사고, 다른 것은 청소년 영어경연대회 참가입니다.

 

교육청모의고사 결과(가채점, 제가 들은 기억이 가물하지만)는 이렇습니다. 언어 96 영어 100 수학 27 사회 76 과학 66 시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좋은 성적은 아니지요. 부연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처음 보는 시험이라서 그 전날 부담을 조금 가지고 있더군요. '창피할 정도의 성적이 나오면 어떻하지?' 하면서요. 중학교 때도 특별히 공부한 적은 없고, 1년여의 공백이 있으니 그냥 상식으로 치런 시험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시험 본 날 하는 말이 '뭔 시험이 이렇게 쉬워?'하더군요. 그런데 성적이 저 모양인가? 말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대체적으로 상식 수준이었고, 그중 국어는 재미있었답니다. '아, 이 사람들이 시험을 이렇게 내는구나.'면서 열심히 분석했답니다. '그럼 왜 틀렸는데?'하니 엉뚱한 짓에 몰두하느라고 다른 아이들 다 맞는 걸 틀렸다는군요. 말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수학은 풀고나서 잠을 곤히 잤답니다. 제출할 때 보니 마킹이 잘못되어 있더라는군요. 2번에 두개, 마지막 번은 비고... '선생님께 용지를 바꿔달라고 하지 그랬니?' 했더니, '성적에 포함되는 것도 아닌데 귀찮잖아.'랍니다. '그래 잘 했다. 신경 쓸 것 있겠니?' 했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그 놈 참' 했지만요.

사회, 과학은 지리, 생물, 지구과학에서 다 나갔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고. 어쨌든 결과는 이렇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학교에서 교과서나 참고서를 좀 읽으면 되겠다 싶더군요. 정보가 없으니 얼마나 올바른 판단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첫 시험이라 다음 번을 기다려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겠지요. 야릇한 것이 수학마킹만 제대로 했으면 전교 1등이라는 겁니다. 마킹도 실력이라니 별 수 없지만요. 딸은 '왜 아이들이 1년 내내 공부를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안스럽다.'고 합니다. 공감합니다. 변방이라서 잘 하는 학교와는 차이가 많이 나겠지만요.

 

경기영어마을과 파주시에서 개최하는 경기도 청소년 영어경연대회에 나갔습니다. 웅변과 드라마 부분이 있는데 드라마는 팀으로 하는 거구요. 신문에도 개최 공지가 나갔다는데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시켜서 나간 거니까요. 웅변할 줄 아는 아이도 아니고 하니 기대는 전혀 없었습니다. 혼자 글 쓰고 몇 번 읽어보고... 선생님도 경험이 없으신 듯 했구요. 가보니 절반 넘게 외고생이었다는군요. 용인, 수원, 안양외고... 그 중 3명씩(초중고, 웅변 드라마 각각)을 뽑아 본선대회를 치루는데, 소 뒷걸음에 걸렸습니다. 다음 주말 1박2일로 파주영어마을에서 진행하구요. 안면마비가 완치되지 않아, 발음도 조금 어색한데 어찌 뽑혔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제는 '영어(공부)는 재미있어야 한다.'더군요. 많이 본 이야기같지 않나요?

 

모의고사에 대해 쓴 것은 아이가 공부하는 과정에 대해 적어보기 위해서였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해보겠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게 없는 듯합니다.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특히 더합니다. 친구들이 '밤 새워 공부한다더라, 고액과외를 한다더라.'고 하는 건 호기심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구요. 문제가 되는 건 선생님들이 이해하지 못하신다는 겁니다. 말로는 '그렇구나' 하시지만 머리 좋은 아이니까 왠만큼 하나보다 정도로 생각하시는 거죠. 보통 때는 별 문제 없다가 사람이 어느 경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때가 있죠? 보충을 빠지고 어디 가야한다든지 하면 교사에 대한 무시(반항)로 받아들이시는 경우가 있더군요. 사람인지라 한번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악화되기 쉽상이구요.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걷잡을 수 없더군요.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아쉽기도 하지만 사람의 일이니 이해를 하죠. 그 분도 나중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셨구요. 이번 영어대회 건만 하더라도 내보낸 것은 학교였는데 막상 본선 날짜가 중간고사 기간 중으로 되어있으니 시험준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는군요. 속으로 '원래 공부는 하지 않는데...' 했답니다.

 

수업을 받고 교과서를 읽고 하는 것을 공부라고 본다면 전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죠. 따로 시간을 내어서 공부하지 않는다는 말이 정확하겠죠. 중학교 때는 꼼짝없이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좋든 싫든, 알고 있는 내용이든 아니든, 삼년 간을 그렇게 보내야 했다는 것이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기억하기에도 끔찍했다고 하더군요. 아마 혼자서 두세 달이면 삼년 내용을 마스트하지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이야기하구요.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에 부탁드린 것도 있고, 분위기도 좀 더 아이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일단 딸의 경우 모든 과목의 독학이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 전에 하이탑 물리2가 좀 어렵지 않을까 해서 다른 분께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막상 그 책을 본 아이는 쉽다고 하더군요. -  그리고 독학하는 경우가 훨씬 빠르구요. 그러니 내신공부는 학교수업을 듣거나 그 시간에 교과서를 �f어보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거의 들을 필요가 없는 과목의 경우(대표적으로 수학)에는 다른 문제집을 풀거나 에이피공부를 하구요. 에이피는 내년 5월에 7과목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량시간, 뭐 어찌해서 쉬는 시간 등등에는 책을 읽구요. 그게 공부하고 책 읽고 입니다. 책은 참 많이 읽습니다.

 

만약이지만 말이지요. 대학진학만을 목표로 한다거나 하면 이렇게 아이를 키우진 않을 겁니다. 한국의 특정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내신이나 수능에 보다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구요. 미국대학을 반드시 가야된다고 하더라도 수업이외의 시간을 다른 활동으로 전부 채워야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특목고 학생들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읽어가면서 심정을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미국대학을 생각한 것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아이에게 보다 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몇 자만 수정했네요. 시간이 나면 정말 다시 쓰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