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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파파 : 공부외

깊은샘1 2007. 10. 17. 11:32

어제 지하철1호선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다들 잘 아시는 연극이지요. 파주청소년문화회관에서 버스 한대를 대절해 선착순으로 가길래 얼싸 하고 온 가족이 함께 갔지요. 무료라도 이런 걸 신청하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구요. 다들 바쁘기는 바쁜 모양입니다. 딸은 이번 주중부터 시험입니다. 보통 때와는 달리 1주일 전부터 공부를 하고 있어요. 연극관람도 그렇고, 시험기간 중에도 강연(하자센터 기획담당자) 들으러 가야하고 영어경연대회도 나가야 하니 시간이 없거든요. 혼자 공부하기 심심하다고 아이들을 몰고 다닙니다. 끝까지 남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자기 반밖에 없다고 선생님이 좋아하신다네요.

 

저번 글에 공부에 대한 것은 대략 올렸구요. 학교나 가정생활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색합니다. 재미있는 내용은 가장 많지만요. 아이가 아무리 늦게 들어오더라도 30분이상 이야기합니다. 그 중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지요. 그런데 사적이고 자잘한 게 대부분이라 글로 쓰기는 마땅치 않네요. 그냥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만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실까봐랄까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는데, 수업시간 말고는 공부외의 비중이 큽니다.

 

친구가 가장 많은 아이 중의 하나일 겁니다. 가리지 않으니까요. 쉬는 시간이면 남학생들이 한 열명쯤 쭉 둘러싼답니다. 이야기를 다 받아주니까요. 그럼 어떻게 책을 읽냐고 했더니, 책을 읽으면서 대화를 한답니다. 말이 되는지? 아이들 말로 자기더러 귀신이라고 한다더군요. 선생님들도 뭔 남자친구가 그렇게 많냐고 하더라는군요. 가장 늦게 전학한 아이인데... 중학교를 함께 다녔으니 서로 얼굴 정도는 알죠. 쟤(초등친구)는 이름만 부르는데, 왜 나(중학친구)는 성도 부르냐면서 따지는 아이. 생일이라고 하니 쉬는 시간에 선물 사오는 아이(가게가 학교에서 꽤 멀어요. 쉬는 시간에 죽자사자 달려야 합니다. 학교밖 출입도 금지하고 있구요.). 남자 아이들끼리 가면서 '쟤가 성격이 얼마나 화끈한데...'라는 말을 나누더라는 이야기. 첨에 전학하려고 할 때는 반대하던 교장선생님이 틈만 나면 부른다는 이야기. 뭔 대회가 있으면 나갈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하시는 담당선생님(다른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지원하지 않는답니다). 지역 골든벨대회에 출전시켜놓고 응원단을 50명 이상 내보내라고 해서 담임선생님이 펄쩍 뛴 이야기(다른 일정과 겹쳐서 자연스레 취소되었지만요.). 공부상담, 연애상담, 이야기가 끝이 없습니다.

 

중학교에 가면서부터 친구를 가리지 말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특히 공부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된다구요. 대부분 몇몇 부류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은데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지요. 말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고 자신의 성향이 한 몫 했겠지요. 평균 20점 나오는 아이랑도 친하고, 소위 날라리라고 하는 아이들하고도 친하구요. 공부 못하는 아이는 가르쳐주고, 날라리랑은 같이 놀아주고. 그런데 이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 성적이 처지거나 노는 아이들은 '저 아이는 나랑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니 몇 마디 함께 나누고 하면 금방 친해지는 모양이더라구요. 어떤 여자 아이는 '네가 내 말을 들어줄 줄은 몰랐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더군요. 별 것도 아닌데 하면서... 귀 뚫은 것보고서 친해진 노는 아이도 있답니다. 네가 그럴 줄 몰랐다 하면서요. 모두 6개를 뚫었거든요. 암튼 주위에 남자가 많으니 좋은 점도 있답니다. 그럴 일은 별로 없지만 혹 이유없이 건드리는 아이가 없어요. 쉬는 시간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이 화났다. 조용히 해.' '누가 **이 건드렸어? 죽어.' 하면서 방방 뜬다네요. 글로 쓰니 그렇지 말로 들으면 배꼽을 잡습니다.

 

집에서는... 동생하고 장난치고, 특별히 말하기는 그렇네요. 설겆이나 청소, 심부름 같은 기본적인 것은 합니다. 가정시간에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버리니 선생님께서 '넌 집에서 설겆이도 하니?'라고 해서 놀랐다는 말을 한 적도 있구요. 엄마가 장보러 가면 짐꾼으로 데리고 다니고, 어쨌든 학생이라고 특별히 대우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공부한다고 옆에서 조용히 한다거나 그런 것도 없구요.  그건 네 할 일이다. 뭘 그런 식입니다. 어디 간다고 차 태워주는 경우도 없구요. 거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탑니다. 부모님들이 데리고 다니면서 챙겨주는 경우를 보면 저흰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죠. 쓸 말이 없네요.

 

과외활동은 많이 하는 편이죠. 거의 중고등학교에 오면서 올스톱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감안하면요. 풍물, 연극, 책따세, 강연, 대략 일주일에 5일 이상입니다. 겨울 방학이면 대사관에서 인턴 하는 것을 알아보고 있구요. 캐나다에서 왔을 때 출판사 인턴을 하려고 하다 뭔 일이 있을 거라고 주춤했었는데 이번에는 꼭 할 생각입니다. 대사관은 원어민 선생님께 말씀드린 거구요.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선생님께서 아이를 정말 좋아하십니다. 있는 힘껏 도와주겠다고 말하셨구요. 혹 안 될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일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평소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ngo단체를 물색 중이구요. 당장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 한 단체를 정하면 꾸준히 해야하니까요. 아이 스스로 여기저기 수소문 중입니다.

 

대개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서울, 가깝게는 일산까지 나가야 하니까요. 수업 마치고 그대로 달려갑니다. 저녁을 제대로 못 먹는 경우도 많구요. 집에는 11시가 넘어서 들어오곤 하지요.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너무 많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저나 아이나 생각이 같은데요, 일을 벌리려는 게 아니라 우선은 여러가지를 해보고 꼭 필요한 것을 추려보자는 겁니다. 지금까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다고는 해도 아직 어리니까요. 자기에게 무엇이 맞는지 집중해야하는 것이 뭔지를 결정하기에는 빠르다고 봅니다. 미국대학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인데요, 그 쪽의 틀에 맞추어하기보다 원하는 것을 열심히 했더니 결과가 좋더라는 방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다보면 자연히 자기 것을 찾게 되겠죠.

 

초등 때는 과외활동을 열심히 시키고 중학교로 들어가면서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전 생각이 조금 다른데요. 초등 때는 조금, 중등 때는 그보다 많이, 고등 때는 더 많이, 대학에 가면 아주 활발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춘기 때 생각이 평생을 간다고 했는데, 그 때 많이 듣고 보고 생각하게 해주어야죠. 옆에서 보면 정말 생각이 쑥쑥 자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교육에 대한 생각을 쓸 때 좀 더 상술하겠습니다.

 

과외활동을 하다보면 부수적인 소득도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구요. 교사, 기자, 교수, 변호사, 시민단체 분들, 정부기관에서 일하시는 분들... 첨 보면 정해진 순서가 있답니다. '여기 고등학생이 있다면서요?' '몇 학년? 아니 1학년이야?' '아니 파주에서 여기까지 왔어?' 그러다 보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명함을 주시구요. 뭐 인맥 만들자는 건 아니구요. 그래도 실제 도와주시겠다는 분도 많습니다. 청소년기관에서 일하시는 분은 외국 나갈 기회를 만들어주겠다고 하시구요.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그런 기회가 꽤 있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고등학생이 나가지 않는답니다. 모집을 해도 부모님들이 보내질 않는다는군요. 그러니 소수 민사고나 특목고 아이들이 기회를 독식한다는군요. 이번 겨울방학 때 기회를 만들어줄 테니 나가보라고 해서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의 받으시는 분들 중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나온 분들도 계십니다. 만약 대사관 건이 무산되면 그 쪽으로 부탁할까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기회가 많고 이제부터는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거죠.

 

아, 자전거타기가 빠졌네요. 원래는 매일 타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주말에나 타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번에 25키로(40키로는 되었어야 하는데)가량 타구요. 60키로 가량 탈 수 있게 되면 자전거 동호회에 다시 나가려고 합니다. 강원도 봄에 가는 건 어렵겠구요. 내년 가을에나 기대해봐야겠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대략적이나마 정리해보았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잘 하거나 하고 있는 것은 아니구요. 하다가 마는 일도 있고, 새롭게 하는 일도 있을 겁니다.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요. 본인이 정리해 가겠지요. 그걸 바랄 뿐입니다. 아이가 뛰어난지는 모르겠습니다. 상당히 과장해서 글을 썼을 테니까요. 처음 말한 것처럼 의도에 글을 맞추다보니 그렇게 쓴 면이 있을 겁니다. 다음 글에서 한번 정리해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