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교 1기 선배방/코로나-초4남 리키

코로나 : 리키와 수학문제풀기 1 - 아이의 사고유형을 엿보다.

깊은샘1 2008. 1. 2. 16:36

영어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 방학에 저는 아이와 영어, 수학, 그리고 분석적 읽기에 좀 집중하려고 하거든요.

(실험은 주말에 간간히 양념치듯이 친구와 재밌게~)

그래서 아이와 수학문제를 풀다가 느낀 몇 가지들이 있었는데...그 중 한 가지를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그냥 재미삼아 보시라구요~여기 영어학교에는 주로 선배님들이 많으셔서 우리 아이 이야기는 그냥 추억삼아 읽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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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과서의 가장 마지막 단원에는 문제푸는 방법찾기가 나온다.

이 단원이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 전의 단원에서 배운 내용들이 사용되어야 하니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3학년 교과서의 가장 어렵고 핵심적인 부분이 이 단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푸는 방법 찾기...(그래서 생각하는 수학이나, 문제해결의 길잡이 같은 문제집은 학년말 방학에 풀면 좋겟다고 생각한다.)

 

그런데...교과서도 그렇고, 문제집들은 여지없이 그렇고, 하나같이 "이런 유형의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 푸세요."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사고력을 키우는 문제집인 "생각하는 수학"이나 "문제해결의 길잡이"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모르겠다. 다른 문제집들은 아직 보질 않았으니까...

 

내가 생각할 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이 문제를 읽고 그 문제를 파악하고, 느끼면서 어떻게 풀어낼지를 생각하는 단계이지 싶은데, 이런 문제집들은 모두 긴 호흡으로 아이들이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지 않는다. 문제 다음에는 바로 포인트가 나오고 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나오고 있다...그런 포인트를 보고 푼 문제는 그 다음의 비슷한 문제 역시 또다시 틀리고 만다.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의 방법대로 풀어보아야 한다. 그래야 그 문제가 그 원리가 자기 것이 된다. 오래 걸릴지라도...

 

 

3학년 2학기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문제중에 이런 문제가 있다.

 

<문제>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있는 원판이 있습니다. 이 원판의 숫자판을 5부분으로 나눌 때, 나누어진 부분의 두 수의 합이 모두 같도록 나누어 보시오...

(나는 이 문제를 읽을 때, 아이에게는 그닥 쉽지 않은 문제라고 느껴졌다. 이런 문제를 접해본 적은 없으니까...하지만, 어떻게 풀어내는지 일단 보기로 했다. 역시 아이는 포인트를 알려준 문제는 맞고 바로 다음의 확인 문제나 뒤에 나오는 적용문제는 틀리고 있었다. 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백지에 시계판(1~12)을 그려 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규칙성 찾기를 시작했다.

"이 원에서 네가 찾을 수 있는 규칙을 모두 찾아 봐."

 

규칙1. 아이가 첫번째로 찾은 규칙은

 

  

 

 1+2=3

 2+3=5

 3+4=7

 4+5=9

 5+6=11  처럼 가다보면,

1+2=3에서는 1칸 뛰었고, 2+3=5에서는 2칸 뛰었고, 3+4=7에서는 3칸, 4+5=9에서는 4칸뛰었다.

규칙은 처음보다 1칸씩 더 뛰는 것이다.

 

(역시 아이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 아이는 숫자를 "수"의 양적 개념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지로 파악한다. 위 식을 보면서 나는 제일 먼저 3,5,7,9,11의 2씩 늘어나는 수열이 먼저 보이는데, 아이는 1과 2 다음엔 1칸을 폴짝 뛰고, 3까지 가고 나면 2칸을 폴짝 뛰는 그런 식의 이미지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백지를 주고 그림은 제거한 채, 아이가 쓴 식만 다시 쓰게 하고, 그 식 안에서 다른 규칙성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규칙2.   

 1+2=3

 2+3=5

 3+4=7

 4+5=9

 5+6=11

"숫자가 2씩 커진다."는 규칙을 찾아낸다.

그래서 한 가지를 더 주문했다.

   "왜 그런 규칙이 생기는걸까?"

 

아이의 답은

 

 

1+2=3과 2+3=5에서 빨간색은 같고, 파란색은 2가 높다.

2+3=5와 3+4=7에서도 빨간색은 같고, 파란색은 2가 높다.

따라서, 2씩 높아지는 규칙이 있다. 2씩 높아지는 이유는 파란색이 2씩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 역시 나와 또 보는 눈이 다르다. 나는 각각이 1씩 커지는 것을 먼저 봤는데(수를), 아이는 여기서도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같은 수가 배열되어 있다는 이미지적 규칙을 먼저 찾는다. 그리고 나서 왼쪽 대각선 방향의 수가 2씩 커진다는 것을 찾는다. 그래, 그래, 너는 네 방식대로 찾아라~)

 

규칙 3.

 

 

12+11=23

10+9 =19

8+7 = 15

6+5 = 11

4+3 = 7

2+1 = 3  에서 위의 수에서 아래 수를 빼면 4가 나온다...규칙은 뺄수록 4가 나온다.

(좀 전의 영향때문인지 이젠 수도 보네)

 

규칙 4.

12+11=23

10+9 =19

8+7 = 15

6+5 = 11

4+3 = 7

2+1 = 3 

에서 23+3=26, 19+7=26, 15+11=26으로 가운데 2개부터 바깥쪽으로 더해가면 26이 되는 규칙이 있다.

(숫자를 조합하면서 규칙을 찾는 조금 더 발전된 사고를 하는 것 같다.)

 

규칙 5.

 

12+6 = 18

11+5 = 16

10+4 = 14

9+3 = 12

8+2 = 10

7+1 = 8

2씩 작아지는 규칙이 있다.

(이건 그려 놓더니 "헤헤 꽃이네~" 그런다. 나는 원자모형이 떠올랐는데...)

 

규칙 6.

 

더하면 26이 된다.

 

 

규칙 7.

 

12+1 = 13

11+2 = 13

10+3 = 13

9 +4 = 13

8 +5 = 13

7 +6 =13

규칙은 더하면 모두 13이 되는 것이다.

("이건 beehive다." --드디어 원래 문제를 풀기 위한 규칙을 찾아내는 구나...근데 이 녀석은 뭐 이게 그림놀이인줄 아는 모양이야)

 

규칙 8.

 

10+11+12+1+2+3=39

9+8+7+6+5+4=39

반으로 나누어서 그 안에 있는 수를 다 더하면 39로 똑같다.

 

규칙 9.

 

11+12+1+2=26

10+9+3+4 = 26

8+7+6+5 =26

규칙은 네 수를 더하면 26이다. (ㅋㅋ 이건 야구공이네~여전히 그림놀이)

 

규칙 10.

 

 

21-17 = 4

13-9 = 4 

규칙은 빼면 4가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찾아 놓고서 처음의 문제를 줬더니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있는 원판이 있습니다. 이 원판의 숫자판을 5부분으로 나눌 때, 나누어진 부분의 두 수의 합이 모두 같도록 나누어 보시오...)

"아! 이거 아까 내가 찾은 규칙성이네!" 하면서 너무나 쉽게 풀어낸다.

 

아마 이것이 가우스의 법칙이던가?

 

내가 봐도 신기한 이런 숫자 사이의 규칙을 아이가 탐색해 보게도 하지 않은 채 어떻게 문제를 던져 주고 그 풀이 방법을 따르기만 하라고 할 것인가?

 

우리아이들의 초등수학교육은 문제의 수는 더 적게 주고 아이들이 문제를 느낄 시간을 더 많이 줘야 할 것이다. 스스로 문제에 들어있는 규칙성을 찾고 그것에서 재미를 느끼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수학의 가장 큰 목표는 생각하는 방법을 알게 하고, 문제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느끼고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아내는 재미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생각의 탄생"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나도 나름 "이미지적 사고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동안 학교교육을 받아와서인지, 아이보다는 대수적 사고를 하는 것을 알았다.

그 동안 나는 이 아이가 문자정보보다 이미지 정보에 강한 아이라고 느껴왔었는데, 이 문제를 풀면서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미지로 사고하는 아이가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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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의 아이들은 어떤 사고 유형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