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이런얘기 저런얘기방

조르바 : 지리산

깊은샘1 2008. 2. 9. 13:52

남편이 밖에 나가자고 달달 볶는다. 알베르또도 나갔다 오라고 성화다.

‘정말 귀찮은데, 그냥 이불 덮고 뒹굴뒹굴 하면 안되나.. 쫑알쫑알..’

알베르또“아빠,엄마, 낭만을 즐기고 오세요. 그동안 저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께요.” 자꾸 등을 떠민다.

남편은 급기야 인상까지 써가며 재촉한다. 게으른 나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조건이 있어. 절대 공포분위기 조성안하기,절대 높은데 올라가자고 강요하지 않기, 나 편안대로 해주기,정말정말 낭만적으로 대해주기.” 등등 조건을 붙이며 따라나섰다.

남편은 알았다면서 약속을 꼭 지키겠다 맹세를 했다. 그래서 따라 나선 지리산.

 

남편은 지리산을 정말 좋아한다. 틈만나면 지리산을 돌고돈다. 나중에 퇴직하면 지리산에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남편이 살고 싶어하는 백무동 사진은 네이버)

 

남편이 나에게 <서암정사>이야기를 해주며 그곳을 꼭 보여주고 싶단다. 설명을 들으면서도 거기가 거기겠지 하는 마음. 한편으로는 나는 정말 무딘 사람인가 하는 자책도 들고...

차속에서 졸다 깨다 반복을 거듭하니 드디어 남편이 한소리 한다.

“분위기 없이 졸지만 말고 지리산 풍경도 보고 남편말에 귀도 기울여.”

그말에 샐쭉해진 나는 인상이 찌그러든다. 남편이 얼른 미안하다며 사과한다. 절대 내뜻을 존중하겠다며 안심하라고 자란다.

 

드디어 서암정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순간 “으악. 저기까지 올라가자고,난 못해.업고가.”

남편이 나를 살살 달래며 업어주겠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리 많은데 내가 어찌 업히겠는가!

그냥 따라서 올라갔다. 그런데...  

 

서암정사 입구의 약수터

 

(네이버에서 )

이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한사람의 석공이 1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10년이 넘도록 햇빛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니 대단한 집념이다. 천연 암벽을 파서 만든 암굴이란다.

무엇인가 제대로 설명하고 싶은데 남편이 자꾸 옆에서 쳐다보고 있어 못하겠다.(변명)

걷기 싫어하는 내가 참고 온것이 정말 다행이다. 기대이상의 것을 보았으니...

 

 

견불사 (네이버 백련잎에청개구리님 블러그)

이곳 일대가 거의 빨치산 루트였단다. 사진에서 보듯 <천연와불>이다.

산에 이르렀을 때 정말 부처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소원도 빌었다.^^

(견불사 홈페지에서)

 

 

가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돌무덤  

그만 집에 가자고 외치고 있었으나 남편이 꼭 가봐야 한다며 데리고 간 곳

구형왕은 밀양의 이궁대에서 신라 법흥왕에게 선양의 절차를 마친 뒤 낙동강을 지나 이곳 왕산의 태왕궁으로 들어와 은거하다 5년 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삼국사기" "삼국유사"등을 인용한 "가락국 2000년 사"에 기록돼 있다. 이들 사료에는 또 구형왕이, 많은 백성이 화를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나라를 스스로 넘겨주었기 때문에 훗날 그의 후손인 김유신장군 등의 삼국통일 영웅들이 신라에서 큰 유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구형왕의 부친은 '분질수이질'이며 왕후는 '계화'로 전해지며 그의 아들은 '무력장군'으로 신라가 삼국통일의 과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여한 바가 매우 컸다. 진흥왕 당시의 뛰어난 전공으로 창녕의 "진흥왕척경비"에 왕의 측근 배신으로 이름이 새겨져 있을 만큼 그의 위치는 뚜렷했다. (부경대학교 홈페지에서)

 

남편의 성화로 그만 써야겠습니다. 나가자고 아침부터 볶으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