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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냉전

깊은샘1 2007. 4. 1. 22:18
2007.03.27 05:16

이 주에는 정말 쉬고 싶었는데 기어코 나를 잡아 끌더니 고창을 가잔다. 아, 정말 늘어지게 자고 싶은데 게으르다며 타박까지 연신 하더니 결국은 화를 낸다. 그런 남편이 무서워 하는수 없이 따라 나섰다. 고창은 친정 작은아버지 배밭이 있는곳이다.(유기농으로 배농사를 짓는다)

 

차속에서 병든 닭새끼 마냥 줄곧 잠만 잤더니 남편이 또 한마디 한다. 잘려고 왔냐고, 다시 두 눈 부릅뜨고 몇 마디 하다 이내 졸았다.

 

다 도착했으니 일어나란다. 왠 보리밭???

‘나 그냥 차안에 있으면 안돼?’ 버럭 화를 내며

‘빨리 내려.’    미치겠다.(속으로만)

 

             ( 청보리밭 5월에 오면 더 멋있단다. 메밀꽃도 피고)

무덤덤히 보는 내가 미웠는지 남편이 또 한소리 한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보리밭 사잇길로 걸으라고

 

점심을 먹고 내가 먼저 선운사에 동백꽃을 보러 가자고 했다. 가는 차속에서 또 졸았더니 남편이 또 뭐라 한다. 눈치 보여서 제대로 잠도 못잔다. 늙기만 해봐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 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니다.

  단군기원 사천삼백칠년 선운사 동구에서   

               미당 서 정 주 씀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김용택 시인

 

creme님이나 보르헤스님 계시면 멋진 음악 여기다 깔아 주시것구만....^^

송창식씨의 선운사 노래도 괜찮죠???

 

나는 이렇게 떨어진 동백꽃 보는 것이 더 좋다.

남편은 또 한소리 한다. 참 별난 취향이라고...

 

이형기  -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선운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한참을 걸어 입구에 도착했더니 동백꽃이 피고 지고 한다. 다시 걷기 싫어 차안에 있겠다 했더니 드디어 남편 무지 화가 나 ‘그럼 뭐하러 오자고 했어? 혼자 가!’

정말 화가 많이 났나 보다. 혼자 차에도 못가고 사라진 남편과 아들을 기다렸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내내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 남편, 속으로 나도 잔뜩 화가 났지만 그래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과를 했다.

 ‘미안해’

대꾸도 없다. ‘밴댕이 콧구멍 속 같으니라고 마눌님 좀 피곤해서 가기 싫다는데 이리 화내냐???’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나서 내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도 부화가 슬슬 났다.

‘내가 무슨 철인 5종이냐? 살림하랴, 돈 벌랴, 아들놈 교육 시키랴 !’ 역시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남편 드디어 한마디 했다.

‘다시는 자기랑 어디 안다녀.’

다음주 중국 가기로 했는데 그럼 어떡해? 묻고 싶었지만 그냥 꿀꺽 삼켰다.

중국은 가고 싶은데.....

 

아무튼 이번주 우리집은 불편한 분위기로 흐를 것이다.

 

 

고창읍성 (펌 사진임) 원래 이곳도 갈려고 했는데 남편이 화가 나서 그냥 집으로 왔다.

 

책 한권 소개

도서] 서정주 전집 -01 미당 시전집 1 ( )
서정주 | 민음사 | 1999년 10월  너무도 유명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시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