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영어 길잡이/터잡기

flow님 : 시간분배

깊은샘1 2007. 9. 13. 00:09

 

요즘 바쁜 일이 있어서 깊게 생각하고 그럴 시간도 없는데

오늘은 아침 6시부터 일어나서 잠깐도 눈을 못 붙이고 돌아다녔더니

지금 머리가 멍~ 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이러면서도

마침 작은 녀석이 아빠랑 놀러나가서 시간이 나길래 끄적거려봅니다.

 

큰 아이가 영어를 시작한 초3때,

아이가 하는 방과후 활동은 날마다 가는 검도와 주 1회 첼로 1시간,두가지였습니다.

그 다음해인 4학년2학기때는 일년이나 시켜달라고 노래를 부른다음에야

아빠에게 간신히 허락을 받아서 레고를  주 1회 추가했지요.

시간을 한시간을 하든 두 시간을 하든 하는 것이 늘어나자

일단 아이가 노는 시간이 줄어들더군요.

그래서 하루에 한가지만 하는 걸로 정했습니다.

첼로는 하루에 세번만 한곡을 연습하면 끝이었구요.

첼로나 레고가는 날은 검도를 빠지게 했지요.

월-검도,화-첼로,수-검도,목-레고,금-검도 이렇게요.

그리고 일욜날은 무조건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습니다.

금욜날은 저랑 주 1회 피시방을 가는 날이었고

토욜날은 아빠랑 만화방을 가는 날이었구요.

레고가는 날은 같이 하던 친구랑 노는 날이었습니다.

 

이 시간표는 쭈욱~ 초6까지 이어졌습니다.

잠깐씩 고스트바둑왕이나 테니스의 왕자같은 만화땜시

바둑과 테니스같은 것들이 추가되기도 했지만

주로 방학을 이용했구요.

학기중엔 하루 1가지와 영어 1시간이 꼭 해야하는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학교가 가난한 동네 학교라 숙제도 별로 없고

성적도 거의 모르는 상태로 지나갔구요^^

설사 알았다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성적이 좋아서가 아니라 20점짜리 부터 40점,50점,주로 6,70점을 많이 받고

고학년이 되니 그제야 8,90점을 받아오는데도...

초딩성적은 곱셈,나눗셈과 국어만 떨어지지않으면 되지않을까 생각했지요-

 

그런데도 가만 보니 제 아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기엔 놀 시간이 넘 적었지요.

아이와 시간에 대해 상의를 했어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맘 편하게 더 놀 수 있을까?ㅎ

제 아이는 전형적인 아침형인간입니다.

엄마,아빠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여름엔 아침 5시,겨울에 6시에서 7시 사이면 일어나서 저를 고문했지요.

이 장점을 살려서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영어를 하고 오후엔 실컷 놀자고 꼬셨지요^^

그때부터 이 녀석이 아침 6시면 일어나서 꼬박꼬박 영어를 하고 학교를 갔습니다.

약속대로 오후엔 한가지 활동만 끝나면 나머진 자유로 실컷 놀았구요.

이러기전에도 저녁먹고 영어 한시간 하고나면

무조건 저랑 같이 인라인구장으로 가곤 했지요.

 

학교서 일기쓰기 숙제가 나오면 딱 세줄이면 끝입니다.

그나마 주제도 날마다 축구였습니다.

제가 아직도 그 일기를 외운답니다.

"오늘은 축구를 했다.

우리팀이 7;2로 이겼다.

기분이 좋았다"

날마다 이런식이였지요^^

어쩌다 나오는 숙제도 안해가서리 제가 뭐라 하면 몸으로 때우는게 편하다더만요.ㅋ

그래도 애기때부터 저와 같이 읽었던 습관때문에

노는 틈틈이 책은 엄청 보더라구요.

어딜가든 책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정신없이 읽어대서

사람들이 저희 아이는 책 읽는 모습만 기억난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읽은 책 덕분에 성적은 죽을 쑤어도

발표도 잘하고 말도 잘해서 선생님들이 공부못한다 구박은 안하셨어요^^

종업식날 인사를 가면, 크면 잘할거라고 걱정말라고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셨지요^^

 

지금 돌이켜보면 영어도 늦게 시작한 편인데 어찌 그리 배짱이었는지...

학교공부도 성적을 그리 받아오는데도 제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제가 넘 암 생각없이 살았나 싶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대신 이렇게 놀면서 하는동안은 아이가 무섭게 집중했단 생각이구요.

참 재밌게 했거든요.옆에서 제가 신날 정도로요.

시험공부는 고사하고 시험 날짜도 한번도 모르고 지난 덕분에

공부에 대해 참 편하게 왔고 지겹다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공부에 대해 다그침 받는 대신 혼자 읽었던 책들 덕분에

중딩공부를 하는데 든든한 밑바탕을 깔아놓았던 것 같구요.

엄마는 내가 원하면 시켜주지만,열심히 안하거나 하고 싶어하지 않으면

안 시킨다는 믿음을 얻게 해주었지요.

 

요즘 방학때 실컷 놀았던 작은 넘이

학기가 시작되자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해서

며칠전 제가 엄마가 묻는거에 솔직하게 말해달라했더니

작은 넘 왈,엄마가 그리 말하기 시작하면 부담스럽다나요^^

그래도 말했지요.

정 힘들면 영어를 좀 쉬자고요.늦으면 늦는대로 천천히 가면 된다고 했더니

첨엔 그러마 하더니  며칠을 생각했는지

엊그제 다시 말하더라구요.힘들더라도 계속 하겠다고.

 

어제,작은 넘이랑 시간을 다시 짜보았어요.

작은 넘은 저랑 똑같은 올빼미형입니다.저녁엔 안자려고 버둥대고

아침에 안 일어나려고 몸부림치지요.ㅎㅎ

이런 녀석에게 새벽에 영어를 하고 오후엔 큰 녀석때와 똑같이

하루 한가지-월,수-화실,화,목-바둑,금-영어학원-후엔 무조건 논다로 하자했지요.

아침엔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녀석인데 오늘 아침 6시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영어 해놓고 학교 갔구요.

오후엔 약속대로 실컷 놀았습니다.

아까 아빠랑 나간것도 아빠랑 오락실 한판 하러 나간것입니다.

이렇게 해놓으니까 아침에 훨씬 집중해서 영어를 했구요.

저도 졸면서라도 옆에 앉아있을 수 있었구요.

 

중딩이 아닌 이상,아이들이 자기 시간을 좀 널널하게 가질 수 있게

이런 시간표도 생각해 보시라고 올려봅니다.

급하게 몰아친다고 아이들이 급하게 달려가진 않는답니다.

얼마전 린넨님이 제 글에 답글 달아주신것처럼

영어가 어느 정도 되기 시작하면

한글 책 읽기 했던 것이 영어를 끌어주기도 하구요.

실컷 놀면서 경험하고 몸으로 부딪힌 것들이 책과 만날때

아이의 머리를 영글게 하기도 한답니다.

제 나이에 맞는 경험,제 나이에 맞는 공부,자기 경험과 만난 책 읽기가

공부에 재미와 가속을 붙여준단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