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교 1기 선배방/코로나-초4남 리키

영어공부와 그에 관한 리키의 연속된 생각의 조각들

깊은샘1 2007. 9. 30. 12:50

영어를 하면서부터 가끔씩 아이가 하는 질문 중에 영어와 관련한 생각이 불쑥 불쑥 튀어나옵니다.

그 동안 아이가 이야기하면 그에 따라 대답해 주었는데...

오늘은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어볼까 합니다.

 

어느 날...저녁 준비를 하는데...(이 녀석은 제가 저녁 준비할 때, 저녁 먹을 때,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요즘은 아예 퇴근하는 저를 기다리며 제가 오면 따뜻한 홍차를 타 놓고 기다립니다. "엄마 우리 차 한잔 하자." 그러면서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어?"하고 묻네요. 다른 집들과 풍경이 반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엊그제는 또 갑자기 저녁에 공부하는 아이 옆에 앉아 있는 저에게, "엄마가 요즘 웃음을 많이 잃었어. 행복이 부족해서 엄마 자격이 모자라. 학교에서 재미가 없어? 나는 요즘 학교에서 엄청 웃는데..." 하고 묻네요. '이런~아이에게 허를 찔렸네요.' 웃어야지...ㅎㅎㅎ

 

이야기가 다른데로 샜는데요...

 

영어와 관련된 녀석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질문들 중 첫 번째...

 

TV에서 우리나라의 영어열풍에 대한 비판적 다큐를 보고서...

"엄마, 영어 공부해서 나중에 쓰지도 않는데 영어는 왜 배워야 해?"

"영어를 배워서 나중에 써먹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영어를 많이 쓰는 사람들도 있어. 네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모르는 거 아닐까? 그리고 영어를 안 배워 두면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못할 때가 있단다. 엄마도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고 싶어도 영어를 못해서 지금 그렇게 못하거든..."

"그럼, 엄마. 영어는 왜 배워야 하는 거야?"

..."세상의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 하니까...나중에 네가 커서 네가 만든 발명품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팔려는데, 그 나라 사람들 말로 "이건 이런 기능이 있구요. 어떻게 좋은데, 사는게 좋을걸요."해야 잘 살까? 아님 우리 말로 해야 할까? "

"음, 그 나라 말로 해야겠지...그럼 중국에 가서 팔려면 중국말을 해야겠네."

"그렇지, 그리고 네가 나중에 어떤 연구를 해서 다른 나라 과학자들이랑 토의를 하려고 해도 그 사람들하고 의사가 통해야지 않을까? 그런데, 이 지구상엔 영어를 쓰는 나라들이 많대."

 

며칠 후...

 

"엄마, 미국 사람들은 나뻐."

"왜?  

"자기들은 다른 나라 말 안배우면서 자기들이 힘이 세다고 우리더러 자기 나라 말 배우라고 하쟎아. 그리고 자기들 물건 많이 사 가라고 우리에게 협박하고." (영어를 배우는 것과 FTA를 함께 생각하는 듯...)

"아니야. 미국 사람들도 다른 나라 말 배워. 필요하면 다 배우는 거야. 미국 사람들 중에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 있지? 그 사람들은 우리 나라 말 배우지."

"근데, 우리 영어학원 선생님은 우리 말 몰라. 우리 나라에 왔는데 왜 우리 말 안 배워?"

"글쎄, 우리나라에 오신지 얼마 안되셨겠지...근데, 어쨌든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것을 많이 배우는게 좋은거야"

 

또 다시 며칠 후...

 

"엄마, 왜 지구의 사람들은 다 다른 말을 써? 다 같은 말을 쓰면 편할텐데..."

(으악, 이건 정말 대답해 주기 어려웠네요)

"글쎄...아마도 다들 멀리 떨어져서 서로 교류하지 않고 살았으니까, 쓰는 말이 달랐겠지? 그리고 옛날에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의 말은 배울 필요도 없었을거야. 만나지 않았으니까. 근데...이건 정말 그런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건 아닌데, 성경에 보면 이런 이야기도 있어. 옛날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말을 썼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똑똑해져서 마음이 교만해져 가지고 하나님과 똑같아 지겠다고 하늘 높이 올라가는 탑을 쌓았대. 바벨탑이라고...그걸 본 하나님이 화가 나셔서 그 탑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의 말을 흩어놓으셨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이건 며칠 전의 이야기...

 

"엄마.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는 영어를 우리말로 바꿔서 알쟎아?"

"응? 무슨 소리야?"

"아, 그러니까 onion을 배울 때면 '양파'라는 말을 아니까 그렇게 배우는 거쟎아?"

"아 ~그런데?"

"그런데 아직 우리 말도 잘 모르는 어린 아이가 미국에 가면 우리 말도 모르는데 onion을 어떻게 양파인지 알아?"

(ㅎㅎㅎ 이 녀석이 지금 영어를 우리말 회로를 통해서 받아들이니까 다 그렇게 배우는 줄 아는 모양이네요.)

그래서...양파를 들어 보이면서

"그럴 땐 이렇게 배우지. 양파를 보여주면서 onion. 이렇게~"

그랬더니, 웃으면서

"아하, 그렇구나. 그럼 우리말은 어떻게 해."

onion, 양파. 이렇게 두 가지를 함께 배우지."

"그런데 TV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거짓말을 한다."

"뭘?"
"튼튼영어 선전할 때, 4살짜리 아이가, 미국에서 살다 온 아이도 아닌데, 튼튼 영어만 했다고, 그냥 apple이렇게 하는 것도 아니고, 영어로 This is apple, I like apple 이런다. 발음도 나보다도 훨씬 좋아. 어떻게 4살이 그렇게 할 수가 있어? 아직 우리 말도 잘 모르는데."

"아니야. 아주 어린 꼬마들도 어려서부터 많이 듣고 보고 읽으면 그렇게 할 수 있어. 그 아이들은 아마 1살 때부터 그렇게 영어를 듣고 보고 그랬을걸? 요즘은 엄마들이 뱃속에서부터 들려준다는데?"

"나도 튼튼 영어 했쟎아. 근데 나는 잘 못하쟎아"(어린이집에서 1주일에 한 번씩 동화들려주고 했던 거 이야기하네요)

"그건 어린이집에서 잠깐씩 듣기만 한 거지, 그 아이들은 하루 종일 영어로 노래부르고, 비디오 보고, 책 읽고 그럴거야."

"엄마, 나는 왜 어릴 때 영어 안 시켰어?"

"너도 어릴 때, 영어나라 시작했었는데, 네가 재미 없어 했어. 그래서 안 시켰지, 그 때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엄마가 그냥 집에서 계속 비디오 틀어주고, 동화 읽어주고 그랬으면 지금 더 잘할건데 그랬네."

 

이제 또 다음엔 이 녀석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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