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23일 아이의 블로그(http://blog.naver.com/ilta_hong)에 올린 글입니다. 벌써 3년 전이네요. 죽어있는 그러니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블로그입니다. 철지난 것을 올리는 이유는 글을 쓴다고 하면서 게으름만 피고 있으니 미안해서... 무슨 말인지 아시죠? 변명하자면 아직 사무실에 인터넷이 깔리지 않았습니다. 겨우 컴퓨터는 들어왔구요. 비영리단체라서 모든 것을 기증받아 하려고 하니 이렇게 일이 더딥니다.
블로그의 글을 보고서 메일을 보내신 분이 있어서 저도 며칠전에 들어가보았죠. 잘 썼다거나 그런 건 하나도 없구요. 당시 아이를 어떻게 키울건가를 두고 고민했던 게 기억납니다. 아이 보라고, 아니면 혼자 중얼거린 것들이니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더군요. 불과 두어 달 쓰고는 그만 두어서 내용은 없지만. 혹 중1의 아이를 두고서 제가 어떤 생각을 했나 궁금하신(?) 분이 계시면 블로그에 있는 아빠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절대 선전 아닙니다, 선전할 만한 글 좀 썼으면 좋겠는데...). 초등 때부터 중3에 걸친 아이 글도 있으니 그 변화를 눈여겨 보실 수도 있을 겁니다. 메일 보내신 분은 다른 글과 블로그의 글을 함께 읽으니 뭔 말을 하는지 알겠다고 하시더군요. 제 글이 그다지도 횡설수설했나 싶네요.
이번 주에 인터넷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니 다음 주부터는 조금이라도 끄적여보겠습니다.
그리고 샘님 저도 10일 가려고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타홍이랑 둘이서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하 블로그의 글입니다.
떠나보내기
조금 전 아이 둘이 서태지 팬클럽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신촌으로 출발하였다. 타홍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서 서울 공연에 다녀오곤 했으니 그다지 낯선 일은 아니다. 둘째가 따라서 가는 것(전에도 롯데월드 같은 곳에 둘이 다녀온 적이 있었다)이 조금 다르다고나 할까? 놀이나 견학이 아니고 오로지 취미 생활때문에 둘이서 함께 서울까지 가는 경우는 없었다. 비록 둘째의 경우 타홍이의 취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것이기는 하지만.
타홍이가 처음 서울로 혼자서 가서 행사에 참석하고 온 것이 초등학교 6학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집안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내마저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래서 행사 예약을 하고 나서 몇 주일에 걸쳐서 설득했다. 그날은 마치 집안 전체가 비상사태에 돌입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어디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다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나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물론 나도 왜 그러는지 안다. 그리고 나라고 걱정하지 않았겠는가?
주위를 보면 버스도 제대로 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집집마다 승용차가 몇 대씩 되니까 가까운 거리도 다 차를 태워 바래다 준다. 비가 오는 날 초등학교를 가보라. 단지 내에 있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승용차로 길이 메워진다. 그것도 서로 학교 입구 가까이에 대려고 해서 차를 빼기 힘들다. 이러니 아이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있겠는가? 하물며 타 지방으로 혼자서 여행을 다녀온다든지 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얼마 전 중학교에 다니는 조카에게 버스를 타고 오라고 했더니 길길이 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면서. 멀지도 않다. 고양시 행신동에 사는 놈이다.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없지만 두 번 갈아타든지, 아니면 좀 걷고 한 번 갈아타면 될 일이다.
몇 차례 혼자서 잘 다니니 이제는 집안에서 걱정을 덜한다. 오히려 주위에서 놀라는 눈치다. 어떻게 혼자서 다니냐면서. 걱정하던 어른들이 오히려 대견해 하는 눈치다. 이렇게 변하니 다니는 아이에게도 자신감이 붙는다. 그리고 묻는다. 왜 다른 아이들은 버스도 못타지? 라고.
파주시 봉일천이라고 해봐야 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구파발에서 몇 키로미터나 떨어져 있을까? 버스를 한 번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런데 서울까지 나가는 것에도 아이들은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다. 나가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경험이 있다손치더라도 남들을 따라가 본 적밖에 없으니 스스로 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는 성장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면 다 알 것이다. 어제의 아이가 오늘의 아이가 아니다. 어른이야 10년이 지나도 겉모습이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는 1년만 지나도 몰라보게 자란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 내면의 성장은 다 말할 수 없다. 성장한다는 것은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스스로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언제나 품안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말자. 다칠까봐 끼고 있는 것보다 스스로 커나가기를 도와주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한꺼번에 손을 놓아버릴 수는 없다. 조금씩 조금씩 연습을 하는 것이다. 얼마쯤 잡고, 얼마쯤 놓아야 하는가?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어쨋든 잡고, 놓고, 놓고, 잡고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단지 나이가 어린 아이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품안의 자식이 아닌 나와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을 떠나보내자. 우선은 가까운 곳부터.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싶어 하는 것부터. 떠나보내야만 다시 돌아온다. 떠난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주위를 빙빙 돌 뿐이다. 가거라 아이들아. 너희들이 원하는 세계로.
깊은샘입니다.
타홍이의 블로그에 가보시면 아기파파님 글을 더 잘 이해하시게 될 거에요.
<아빠의 글>을 클릭하셔서 지난 글들을 꼬오옥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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