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재미와 크미의 생활

깊은샘 : 런던의 재미로부터 <5,6,7>

깊은샘1 2007. 11. 7. 06:23

<2007.10.12. 5차 편지에요.

한참 된 편지인데 학교도 한산하고 해서 심심풀이로 읽어보시라고 올려봅니다.>

 

 엄마:-)전 감기 때문에 골골 대고 있어요ㅠㅠ

히터 틀어놓고 잤더니 수건을 말려놔도 방이 극히 건조해져서 결국 감기 걸리고 말았네요;;

목이 심하게 부었어요ㅠㅠㅠㅠ

오늘 불어 수업 이따 2시에 있는데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수업이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새미 수학이 많이 안나오니 큰일이네요. 과외는 아직 하고 있는 거에요?

공부 방법이 잘못된거 아닐까요?

너무 방학때부터 쉬지않고 바빠서 매너리즘에 빠진 걸지도 몰라요--주말에 교외로 한번 나갔다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새미 보면 너무 할 일이 많아서 쫓기고 있는 것 같던데;;마음이 불안하면 아무리 공부해도 집중이 안되잖아요-_- 마음을 차분히 하고 여유를 가져다줄 무언가가 필요할 것 같은데 뭐가 좋을까요?;

그리고 오답정리 확실히 해놓으라고 하세요. 새미 뭐 노트정리하고 그런거 좋아하니까 모의고사 틀린 문제 노트에 정리하고 다른 문제집에서 비슷한 유형 찾아서 그것도 정리해놓으라구요.

전 재수할 때 수학 문제도 제 나름대로 무슨 무슨 형 이름 붙여서 분류하는 게 좋더라구요.

복잡해보이는 응용문제가 나오면 당황하기 쉬운데 무슨 형식의 문제인지 분류해내면 금방 풀 수 있으니까요. 새미나 저나 응용문제는 약하니까 차라리 모든 문제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분류한 다음에 거기에 대입해서 푸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커플링 그거 몇개 봤었는데 프렌즈랑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재밌게 볼게요 엄마ㅋㅋ

여기 속도가 느려서 잘 다운받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전에 알려준 닭고기 술은 안넣었는데도 다들 맛있게 먹어서 기분 좋았어요-근데 요 며칠은 감기때문에 힘이 없어서 남들이 준 곰탕 해먹거나 스프 같은 것만 먹고 있어요ㅠㅠ빨리 나아야 할텐데..

오늘은 여기 한인회에서 환영회를 한다고 하니 한국음식 잔뜩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월요일에 lecture 2개, 세미나 2개있어서 제일 바쁜데요.

세미나를 하고 나면 기운이 쭉 빠지는 것 같아요.  교수님이나 tutor의 말은 잘 알아듣겠는데 애들이 하는 말은 알아듣기 힘들거든요.

그리고 1분 1초라도 집중을 안하면 흐름을 놓치기 때문에 세미나 1시간이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어요.

우리학교 학생들 모두 lecture는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는데 세미나 때문에 죽으려고 해요ㅠㅠ

특히 저랑 같은 정외과 오빠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길래 그럼 교수님한테 면담을 받자 해서 같이 교수님 찾아갔었거든요.

근데 교수님이 너희는 여기서 학위따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걱정하냐며, 여기서 학위 따는 international students애들이 훨씬 힘들다고 하시더라구요.

또 department별로 helper가 있으니 essay쓰거나 presentation할 때 찾아가서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러시네요.

그래도 전 목요일에 있었던 democracy in britain 수업은 그 전날에 준비많이 해갔더니 다행히 흐름도 안놓친 것 같고 말도 좀 할 수 있었어요.

그날은 Marxism, pluralism, elitism이런 철학적 이론들을 영국 민주주의에 적용시키는 게 주제였는데요. 한국어로 해도 어려운 철학을 영어로 하려니 이중으로 힘들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그 수업 세미나는 조교가 하니까 자주 연구실 찾아가서 편하게 지내려구요.

에휴 이번 주일요일에는 교환학생들을 위한 런던 공짜투어가 있다니까 그전 까지 빨리 감기 나아야겠어요.

소금물로 가글도 하고 약도 먹고 따뜻한 차도 자주 마시고 이러는데 나을 기미가 안보여서 걱정이에요;;엄마 그럼 이만 줄일게요.

어제 한국 친구한테 전화왔는데 한국도 많이 추워졌다면서요? 감기 조심하세요♡


<2007. 10. 18. 6차 편지에요>

엄마~오랫만에 메일보내는 듯해요- 대신 통화를 자주 했나?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오늘은 불고기 만들었어요ㅋㅋ 요리에 눈을 떠가고 있어요+_+

물이 너무 쫄아서 당면이 약간 타긴 했지만 맛있었어요'-'저 시집가도 되겠죠?ㅎㅎ휴

여기 감기는 어찌나 독한지 아직도 낫질 않아요;;나아가고 있긴 한데... 속도가 무지 느리다는...

수업시간마다 기침하느라 괴로워요.T-T

저번 주말에 학교에서 교환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런던탑이랑 그리니치 천문대 투어 다녀온 사진 보낼게요.  아팠는데도 불구하고 공짜투어를 놓칠 수 없어 기어코 다녀왔죠ㅋㅋ

둘이 찍은 사진은 저랑 **이라는 친구에요. **는 우리학교 영교과 앤데 성격도 비슷하고 해서 붙어 다니고 있어요ㅎㅎ
그리고 셋이 찍은 사진은 **(머리짧은 아이)이라는 성대교환학생 친구랑 아유미라는 와세다 교환학생 친구에요.
아유미랑은 수업도 하나 겹쳐서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나이들어보이지만 88년생이라는 사실ㅋㅋ

참 제 주소는

Wedderburn Block C 2A Room7 ****** KIM, Royal Holloway University of London, Egham, Surrey, UK우편번호: TW20 OEX 에요.

그리고 보내 주실 거는..

흰색+검정색 체크 반코트, 검정색 바닐라비 반코트 이렇게랑요.

무게 남으면 베이지색 VOV 두꺼운 니트(끈 달려서 리본 묶을 수 있는- 모르시면 언니한테 물어보세용)도 보내주세요.

엄마 그리고 국 끓일 때 쓰게 멸치랑 다시마 보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국물팩'이라고 마트에 가면 멸치, 새우, 다시마 갈아서 망에 넣어놓은 걸 판다는데 없으면 그냥 멸치랑 다시마 밀봉해서 보내주시면 돼요!

보내기 여의치 않으면 일회용 국거리 몇개보내주셔도 되구요ㅎㅎ 한국에서 가져온 미역국은 애들 생일 때 해주려고 아껴두고 있거든요;; 앗 그리고 ***도요;; 여기 ***는 뭔가 믿을 수 없어서T-T

한국에서 가져온거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일년 쓰기는 모자랄 것 같아요;;중형3개, 소형1개정도 부탁드려용-

 

전 facebook이라고 여기 애들이 싸이처럼 하는 거 시작해서많은 외국친구들을 알아가고 있어요ㅋㅋ

여기서 French수업이 젤 relaxing하고 영국애들이랑도 동등한 입장이어서 그런지 친구사귀기가 좋아요.불어 선생님도 디게 정신없으시지만 재밌고 잘 가르치시고요.  근데 알고보니 게이시라네요;; 안그래도 막 프릴달린 남방입고 다니고 해서 수상하긴 했지만ㅋㅋ여긴 재밌는 사람들 참 많은 것 같아요~

제 친구네 플랫메잇인 파키스탄에서 온 알리라는 애도 되게 특이해요.  아내가 3명이래요ㅎㅎ 23살인데;; 돈도 되게 많아서 방에 엄청 큰 티비랑 게임기 놓고 살고.. 재밌어요.  얼마전에는 라마단(이슬람 종교의식)이었는데 기숙사에 이슬람교도들이 꽤 많더라구요?

밥 잘 안먹고 아침마다 기도하고, 여자친구랑도 안만나고 막 그러는데 신기했어요!

오히려 여기 와서 한국에서 있었던 동남아계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 같은게 없어지는 거 같아요-여기선 인도나 말레이시아에서 온 애들이 저희보다 영어도 잘하고 더 다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잘 생활하거든요. 영국 애들도 전혀 스스럼없이 걔네들을 대하구요.

오히려 영국애들은 중국애들에 대한 반감이 강한 것 같아요. 그도 그럴게 중국 애들은 자기들끼리 엄청 뭉쳐다니고 중국말로 떠들어대곤 하니까요-근데 그에 못지않게 한국애들도 자기들끼리 뭉쳐다니는 경향이 강해서 전 보기 별로 안좋아요;;중국애들보다 소수라서 그렇지 뭉치긴 더 잘 뭉치는 것 같아요..

유학하러 온 애들도 하도 뭉쳐다녀서 영어 별로 안늘거 같더라구요-히힛 오늘은 여기까지!한국 소식도 전해주세요~ 한국은 어떤지 궁금해요! 대선도 그렇고 뭐 이거저거ㅎㅎ
감기조심하세요>ㅁ<

 

<2007. 10. 20. 7차 편지에요.>
엄마 오늘 제가 만든 요리들 사진 보내용ㅎㅎ
맨날 요리하고 사진을 안찍어둬서
친구들이 저 요리한다는 사실을 안믿길래
오늘은 안까먹고 사진찍어뒀어요!

오늘 일본애 2명, 이탈리아애 한명 초대해가지고
전 닭도리탕이랑 된장찌개(그 양념 사갔던 걸로 끓였어요!)
친구는 호박전 만들어서 대접했답니당

닭도리탕 완전 성공적이었어요!
고추가루,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 와인,꿀 넣고 스위트칠리소스(맥도날드나 KFC에서 치킨찍어먹는 소스) 라고 여기서 산 소스 조금 넣어서 양념장 만들고 파프리카, 피망, 감자, 버섯, 양파 넣어서 만들었는데 달달하고 매콤해서 다들 맛있어했어요ㅎㅎㅎㅎ
소주 한잔이 살짝 땡겼지만 애들이 가져온 와인으로 만족했어요'-'

히힛 된장찌개도 애호박이랑 팽이버섯(마트에서 뒤지고 뒤져서 구했답니닷ㅋㅋ), 감자, 양파 요렇게 넣고 끓였어용.
두부를 못넣은게 맘에 걸렸지만 그래도 맛났어요. 뭐 양념 사간 거니 당연하지만ㅋㅋ

엄마 딸 시집가도 되겠죠!?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엄마딸이 미각 쪽에 천부적이었자나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