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재미와 크미의 생활

깊은샘 : 런던의 재미로부터 10

깊은샘1 2008. 1. 20. 10:43

(2008.1.18)

지난번에 한 새벽 2시쯤 전화벨이 울려 놀래서 받았더니

학교근처 스타벅스에서 카드가 몽땅 들어있는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는 연락이 왔었어요.

크리스마스 휴가때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바짝 긴장해서 별 일없이 잘 다녀왔는데 학교로 무사히 돌아왔다고 긴장이 풀렸는지 방심한 사이,

카드를 분산하지 않고 몽땅 가지고 다니다 잃어버리고 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닌가 봅니다.

뭐든지 직접 경험해본 것만큼 좋은 선생님이 어딨겠어요?

백마디 말이 필요없지요.

 

엄마, 재미에요~
잘 지내고 계세요?
전 저번주에 학기 시작해서 열심히 학교다니고, 알바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
아직 카드는 못받았어요. 그저께부터 매일 우편함가서 확인하는데 아직 안왔더라구요.
하나카드는 재발급 예전에 신청했구요, 우리카드는 전화로 해도 된다그래서 계속 전화걸었는데 안되서
아무래도 런던을 가야할 것 같아요.
신한카드도 내일(금)이나 월요일쯤엔 오지않을까 싶네요.
저번주에 알바비 받은 게 아직 남아서 생활하기는 괜찮아요 ^^

얼마전엔 저번학기에 써냈던 에세이들을 돌려받았는데
전 정말 엉망으로 쓴 거 같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잘나와서 신기해요 ㅎㅎ
영국애들이랑 비슷하게 나온것 같아요 흐흣

그리고 따로 공부하지 않고서는 세미나 따라가기가 좀 벅찬 것 같아 같이 수업듣는 **과 오빠랑 스터디 시작했어요.
외교정책 수업은 재미도 있고 쉬운데, 정치철학은 알아듣기는 하는데 철학이다 보니 내용이 너무 어렵고
영국정치 수업은  괜찮은데 세미나가 튜터 말이 너무 빨라서 힘드네요..
그래도 저번 학기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어요 :)

음 저번 학기에 이어 듣고 있는 불어수업도 참 괜찮은 것 같아요!
불어 이제 beginner 에서 elementery정도는 된 듯해요.
불어는 아무래도 비슷한 언어권인 유럽애들이 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번 학기에 같이 듣던 한국, 중국친구들은 따라가기 힘들다고 이번엔 많이 관뒀더라구요. 불어선생님이 전 동양인인데도 따라오니까 칭찬도 해주시고 잘 챙겨주시고 하셔서 더 좋아요 ^^

알바도 시작하길 잘한 것 같아요.
한국음식도 일하는 날마다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외국손님들 대하면서 재미난 일들도 많이 생기구요 ㅎㅎ
알바 사장님도 참 가게 운영을 잘 하세요. 중국음식점처럼 싸구려식당같은 이미지를 안주려고 인테리어나 매너같은 것에 엄청 신경 많이 쓰시고,
단골 외국손님들에게 젓갈이나 인삼차 같은 거 서비스로 막 가져다 설명해드리면서 한국인의 정(?)을 많이 부각시키려고 노력하세요.
음식들도 제가 먹어도 깔끔하고 참 맛있어요 ^^

이제 정말 이 곳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영어도 이제 그렇게 힘들지는 않네요.
처음엔 '왜 나는 영국애들처럼 혹은 영국에서 살아온 한국애들처럼 잘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에 영어로 말해야할때 지레 긴장을 하곤 했었는데
제 한계를 어느정도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더 편하게 영어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완벽하게 말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게 차라리 나은 듯하더라구요.
요새는 제가 먼저 편하게 인사나 농담도 하고, 제가 틀리게 말한 부분을 영국애가 고쳐주면 같이 막 웃기도 하고 그래요.

가족들 다 잘 지내죠?
카드가 없어서 인터넷전화충전을 못했더니 집에 전화를 못걸겠네요;;
카드 받으면 충전해서 전화 걸게요 ^^
흠 가족이 없이 홀로 떨어져 지내는게 가끔은 정말 외롭기도 해요 엄마
전 원래 혼자노는거 좋아하는데도 가끔은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넘넘 그리워요 ;ㅅ;
한국에선 엄마아빠한테 안기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팔짱끼기도 하고 그러는데 여기선 다른 사람이랑 신체접촉(?)을 할 일이 거의 없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만한 기회도 그닥 생기지도 않아서 좀 외로운 것 같아요.

엄마 저 그리고 여기서 3키로나 쪘어요 T-T
오스트리아 갔을 때 민박집에 체중계가 있길래 재봤는데 쪄있더라구요.. 흑흑
요새는 영 요리하기가 귀찮기도 하고 플랫메잇 오빠가 하도 밥통을 더럽게 써서 밥도 못해먹겠고..
(그 오빠 넘넘 짜증나요ㅠㅠ 정말 같이 밥통이랑 식기 쓰기로 한건 최대의 실수인것 같아요;; 군대갔다왔다고 다 사람되는 건 아닌가봐요;;)
해서 집에서 먹을 땐 빵종류나 패스트푸드같은 것만 먹어서인지 계속계속 살찌는 것 같아요ㅠㅠ
요리해서 먹으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장도 많이 봐야하니 돈도 많이쓰고 막 그렇거든요ㅠㅠ 엥 모르겠어요;;

한국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요? 여기선 뭐 네이버 이런것 밖에 잘 못보니까..
대통령 누가 됐는지도 뮌헨에 여행갔을 때 호스텔에서 아침먹다가 옆에 앉아 신문보는 독일인 아저씨에게 물어봤다니깐요 ㅎㅎ
제 경제학과 친구는 울학교 경제학과 교수님인 곽승준교수님이 이명박캠프 넘버3중 한명이고 다른 교수님들도 인수위 많이 계신다고
자기들은 이제 취직걱정 덜었다네요 ㅎㅎ 뭐 그 교수님은 예전부터 대운하 절대찬성이셨지만..
얼마전 인터넷 뉴스보니 저희학교 교우회 신문에 누가 명비어천가라고 글을 썼다는데 솔직히 제가 봐도 웃기던데요..
그런걸 보면 울학교 사람들은 가끔 정말 편협해요. 괜히 꼰대고대가 아닌가봐용
영국에 오기 전엔 이명박이 대통령 돼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bbk도 그렇고
영국에서 보수, 진보 확실한 성향의 양당체제가 이루어지는 걸 보고나니 민노당의 성장도 꼭 필요하다고 여기게 되었어요.
인터넷에서 보니 한나라당 공천싸움 완전 치열하고, 이회창씨가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면서요.
그러면 한나라당 많은 인원 데려갈 거고, 4월총선때는 민노당은 거의 의석이 남아나지 않겠더라구요;; 전 보수도, 진보도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간 우리나라 민주주의 자체가 위험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수진보 양체제가 확보돼야 안정된 방향의 진보가 진행될텐데 말이죠..
히힛 엄마한테 이런 얘기 하기가 좀 쑥쓰럽긴 하지만 ㅎㅎ

음 엄마 이제 이만 편지 줄일게요
일하고 왔더니 넘 졸려요 T-T
여긴 이주일째 매일같이 비만 오는데 한국날씨는 많이 춥다면서요?
다들 건강하라고 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