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재미와 크미의 생활

깊은샘 : 런던의 재미로부터 <8,9>

깊은샘1 2007. 12. 12. 02:02

학교를 오래 비워서 죄송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실은 매일 둘러보고 그냥 나가곤 했음을 고백합니다.

 

이름하야 슬럼프였나봐요.

그냥 뭐든지 시들시들...그랬네요.

재미가 오랫만에 편지를 보냈기에 올려봅니다.

 

 

<11월 24일 편지>

 

엄마-
메일 너무 오랫만에 보내네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이제 첫학기 마무리를 슬슬 해야해서 에세이랑 프리젠테이션 할게 많아서 좀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여긴 특히 에세이를 쓸 때 reference를 harvard스타일이라고 한국보다 훨씬 까다롭게 검사해서 하나하나 체크할게 엄청 많네요;ㅅ;

그리고 People and Planet이라는 영국 대학교 학생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뭐 fair trade, global warming, AIDS 에 관련한 캠페인도 하고 여러 사람들 만나서 논의도 하고 그런 단체에요. 그리고 다음주부턴 U8이라고 제3세계 development에 대해 논의하는 학생단체에서도 활동하려구요.
그냥 취미생활 관련 society보다 경력도 되고 얻는 것도 많을 것 같아 그런 쪽에서 주로 활동하려고 해요.
거기서 만나는 영국 친구들도 아무래도 더 진지하고 얘기도 잘 통하는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방학 때는 오스트리아랑 동유럽 쪽 여행 다녀오려 해요-
오스트리아 쪽은 혼자 가게 될 듯하고 동유럽은 위험하다 그래서 친구랑 부다페스트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이지젯이라는 저가 항공사로 비행기 예약해놨어요..
이제 이거 말고는 그닥 돈 쓸 일 없는 듯해요 진짜루요T-T 흑흑 죄송해요 요새는 장볼때도 최소한도로 아껴쓰고 꼭 필요한 것만 사다 먹고 있어요;;;

엄마아빠는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새미도 잘 있나요??
조만간 전화할게요 :)

파리 사진1.에펠탑 2. 루브르
저번 주말에 다녀온 캠브리지 사진 보내요- 캠브리지에서는 펀팅이라고 배에 관광객들 태우고 쭉 도시 관광해주는 게 유명하더라구요.. 저희는 안탔지만;;ㅎㅎ 대학도시라 그런지 소박하고 예뻤어요!

 

<12월11일 편지 : 거의 한달만에 온 편지로군요.

카드 쓴 것 땜에 경고했더니만 알바한다 하니 또 맘이 짠하군요...>

 

엄마~~

갑자기 보고싶어서 메일 보내요 ! ㅎㅎ
저 요새 에세이 때문에 어디 놀러가지도 못하고
한 일주일째 계속 방이랑 도서관만 왔다갔다 하며 보내고 있어요T-T
한개는 2500word, 두개는 2000word짜리 에세이인데
오늘 두개 제출하고
지금은 2000짜리 하나남아서 낼쯤이면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드디어드디어ㅎㅎ
에세이자체는 한국에서 영강들을 때도 써본거라 생소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동북아시아나 미국의 외교관계만 공부하다가
갑자기 유럽과 영국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야하는 게 생소했어요.
제가 쓴 에세이 주제는 "냉전종식후 영국과 독일의 미국과의 양자관계에 대한 비교분석"이랑 "영국 수상의 권력근원과 토니블레어는 강력한 수상이었는지 논하라" 뭐 이런 거거든요.... 그나마 덜 생소한걸 고른거에요;;
그래도 새로운 걸 배우니까 좋아요. 특히 독일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통일독일은 'civilian power'라고 해서 시민층을 기반으로 하는 굉장히 안정된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고 토니블레어가 이라크공격 가담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비난 받았었잖아요. 그런데 당시 독일총리 슈뢰더는 공개적으로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하고 독일의 전통적 다자주의적 외교접근을 고수했다 하네요.
독일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굉장한 역량을 보유한 나라같아요.
우리나라도 쫌 잘됐으면 좋겠다ㅎㅎ
여기 애들이 자꾸 코리아는 일본어를 쓰냐 아님 중국어를 쓰냐 이런거 물어봐서 싫어요! 너무 한국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멍청이들이에요..
그래도 저희 과 애들 중에 친해진 브라질애랑 프랑스애는 한국이 굉장히 성공한 경제발전모델이라며 꼭 가보고싶대요.

흑 다들 너무 보고싶어요~ 한국도 그립고 한국음식들도 그립고.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랑 두부 많이 넣은 김치참치찌개, 깨랑 감자랑 듬뿍 있는 닭도리탕, 김치전, 부추오징어부침개 이런거 넘 먹고싶어요T-T
순대, 곱창, 회, 초밥, 알탕, 양념통닭, 교촌치킨, 불닭, 찜닭 그리고 제가 젤 좋아하는 한국술 매화수ㅎㅎ
이런거 다다 먹고 싶어요 흑흑ㅠㅠㅠㅠ
뭐 그래도 한국음식 제가 가끔해먹고 있으니 걱정은 마세요!
한국가면 요리 많이 해드릴게용 요샌 그냥 아무거나 아무생각없이 만들어도 다 맛있어서 저조차도 놀랄 정도라니깐요!
못믿으시겠지만 진실입니닷ㅋㅋ 혼자먹기 아까워요ㅋㅋ

근데 요샌 재밌는 일도 없이 매일 방에만 있고, 공부만 하고,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고 하니까
외롭기도 하고ㅠㅠㅠㅠ
여기 4시면 어둑어둑 해져서 하루가 너무 일찍 지나가버리거든요. 어두워지니까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낮에도 이제 전형적 영국날씨의 계속.. 맨날 비만 오고 우중충해요.
정말 우울증 걸리기 딱 좋은 곳이에요.
그래도 한국보다 겨울이 그리 춥지는 않네요.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대요. 덕분에 좋아하는 눈 이번 겨울엔 못볼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여기서 단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좀 찐거같은데 체중계가 없으니 알 수 가 없어요;;
청바지 입으면 엉덩이랑 허벅지 있는 데가 자꾸 끼는거 같긴한데.. 엄마처럼 뱃살도 좀씩 찌는거같아요~~
영국오면 여자들은 살찌고 남자들은 살빠진다는데 진짠가봐요. 같이 온 언니도 가져온 바지 하나도 안맞는다고 다시 싹 새로 샀대요ㅎㅎ
근데 여기 하도 건조해서 일부러 수분크림이랑 바디로션같은게 듬뿍씩 바르다보니 피부는 더 좋아진거같아요ㅋㅋ
영국의 석회질 수돗물이 잘 맞는건가?;; 멋낼일이 없어서 화장도 거의 안하고 하니 그런거 같아요.

참 엄마 저 여기서 한국식당에서 알바하게 될듯한데 괜찮아요?
너무 물가 비싸서 제 생각에도 돈 너무 많이 썼고
엄마아빠한테 계속 부담되는 거 같아 너무 죄송했거든요-
근데 한인회 친구가 소개시켜줘서 근처 한국식당에 일자리 구했어요.
일주일에 한 두번씩만 일하고 밤에 끝나면 사장님(한국분)께서 기숙사까지 태워주신다니까 걱정 안하셔도 돼요~
**이라고 전에 얘기한 영교과 친구랑 같이 일하게 됐고 저희 말고도 중국인여자애들 몇명이 일하더라구요.
여긴 시급이 한 만원정도씩 하니까 용돈에 많이 보탬이 될것 같아요!
사장님 사모님 다들 좋은 분이시고 음식점도 꽤나 평판이 좋다네요. 다음달부터는 카드값 거의 안나올거에요- 걱정마셔용 히힛

음 그리고 다음주에는 여행가요 '-'
뮌헨으로 가서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이렇게 돌아보고 올거랍니다! 으흐흐 신난당!
오스트리아는 라피라는 저희 플랫메잇인 오스트리아 아이가 구경시켜준댔고
다른 곳은 성대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랑 저희학교 같은 과 오빠랑 같이 여행할거에요~
그리고 영국와서 새해 나고 브라이튼이라는 영국 남쪽 해안지방에 하루정도 다녀오려구요.
저랑 젤 친한 플랫메잇인 루가 거기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걔네 집 놀러가려해요.
전 플랫메잇들을 다 참 잘 만난거 같아요^ㅡ^
희진이네 플랫메잇들은 2명이 Vegetarian이라 고기요리하고 있으면 인상쓰고
다른 애 플랫메잇은 막 콘돔을 자기 방문에 붙여놓는 등, 암튼 정신나간거 같다는데 저희 애들은 활발하면서도 착해요 :)
저 말고 여자애들 셋은 다 연극전공인데 새로운 분야에 있는 친구들을 가까이서 보니 참 신기하네요.
다들 노래도 엄청 잘하고 걔네랑 수업같이 듣는 애들이 플랫주방에 와서 연극이나 뮤지컬 연습하고 하거든요.
앞으로 얘네가 유명한 뮤지컬 배우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엄마도 유럽와서 같이 여행다녔으면 좋겠다~ 가족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참 많아요^^
기숙사에서 학교가는 길에 사람 피하지도 않는 다람쥐들이랑
제 방 창문에서 보이는 아침에 햇빛날때 넘넘 예쁜 숲,
학교근처 번화가인 스테인즈의 템즈강가에서`보이는 석양 등등ㅎㅎ
요샌 재미없고 좀 외로웠지만
다시 밝은 내용으로 메일 보낼게요 엄마 ♥
보고싶어요,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