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재미와 크미의 생활

깊은샘 : 런던의 재미로부터 <3,4>

깊은샘1 2007. 10. 9. 08:13

<3차 편지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구구절절한 편지를 보낼런지 모르지만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한가족같이 느껴지는 지라 부담없이 계속 올려봅니다.>

 

응 엄마 고마워요-
돈은 어제 몽땅 찾아놨어요 한번 크게 뽑아 놓는게 수수료가 싸게 먹히잖아요ㅎㅎ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날씨가 엄청 좋았어요!
하늘도 맑고 햇빛도 쨍쨍:) 그래서 한국애들 하나같이 사진기 들고 학교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었답니다.ㅋㅋ
그리고 날씨가 좋으니까 갑자기 까칠하던 영국애들이 다들 상냥해져서 웃겼어요. 막 모르는 사람한테 다정하게 말걸고, 눈마주치면 윙크하고 등등ㅋㅋ
평소 때 같으면 아는 사이에도 인사 잘 안하는 애들인데 말예요;;
여기선 날씨가 정말 큰 영향을 끼치는 거 같아요......

수업은 들을만 해요!
전 여기 수업 맘에 드는 게 lecture를 한 다음에 3일이내로 세미나를 한번 씩 하는 거에요.
교수님이 직접 하시는 경우도 있고, 대학원생 조교가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거의 10명 안팎의 학생들이 모여서 서로 자유롭게 의견 교환하고, presentation 하면 질의응답도 더 활발히 이루어질 것 같아요.
강의나 학생들의 질은 저희 학교보다 높은 거 같진 않은데 이런 시스템은 상당히 괜찮네요.
lecture는 교수님들 발음이 다 정확하고 천천히 말씀하셔서 잘 들리는 편이에요. 단지 오늘 들은 세미나는 Nick이라는 PH.D가 진행하는 건데 학생들이랑 친해서 그런지 세미나가 굉장히 informal하거든요, 그래서 말을 워낙 빨리 하더라구요. 억양도 약간 특이한 것 같구요. 중요한 말은 알아들었는데 학생들이랑 하는 농담을 잘 못알아들으니까 좀 답답했어요. 다들 웃는데 저만 못 웃으니까요ㅋㅋ 음 듣다가 영 힘들면 연구실 찾아가서 말해보려구요. 근데 international student라고 따로 배려해줄 것 같진 않네요;;
그리고 여기 language centre가 상당히 좋아요. 여기서 writing course랑 french듣는데요. 아직 french 밖에 못들어 봤지만 한국처럼 문법먼저 가르치는 게 아니고 발음이랑 회화에 중점을 두는 게 훨씬 흥미로운 것 같아요. 음 그리고 또 마음에 드는 건 이곳 도서관:) 나중에 사진 찍어서 보낼게요ㅋ
정말 해리포터에 나오는 도서관스러워요!

휴 저번에 엄마한테 전화했을 때도 그렇지만 플랫이 너무 시끄러워서 스트레스 받아요;;
저 그날 결국 딴 친구네 방 가서 잤어요.......
방음이 안되는 데 제 방 양 옆의 방이 엄청 다 시끄러운 거에요;;; 한 방에는 한국인 오빠 사는 데 사실 그 오빠가 좀 맘에 안들어서 힘들구요.
여기서 한국인들하고 관계 틀어지면 너무 힘들다는 걸 아니까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휴;;
그 오빠가 *대 대표거든요. 되게 활달하고 막 나서는 거 좋아하는 성격인데 전 플랫메잇이라 편해서 그런지 너무 배려를 안해줘요. 말도 함부로 하고;;; 여러 사람 앞에 있을 때는 저 엄청 챙겨주는 척 하면서, 평소때는 플랫에서 봐도 막 인사도 안하고 그래요. 그러면서 또 자기가 필요할 땐 연락하구요. 대학생활하면서 이상한 사람들 많이 봤지만 이런 사람은 또 처음이에요... 짜증나지만 그냥 무시하려구요... 밥통도 여기서 그냥 제 걸로 하나 사야겠어요. 그래도 다른 오빠들은 너무 잘 챙겨줘서 부담스러울 정도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있으니까 걱정마세요! 아무한테도 그 오빠 험담을 못하니까 엄마한테 하는거에요ㅋㅋㅋㅋ 다들 그 오빠가 엄청 유쾌하고 착한 줄 알거든요.
다른 플랫 애들은 한 3명정도는 차분하고 나머지는 굉장히 시끄러운데 성격들은 다 좋아요. 전 그중에 Lou, 그리고 huffie라는 아이들이(둘다 여자애들)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오늘도 세미나 듣다가 영국 시사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이 나와서 Lou한테 이거저거 물어봤는데 어떤 신문 읽으라고 추천도 해주고 다 잘 대답해줘서 넘 고마웠어요. Lou가 나중에 영국 전통식 roast beef해준다는 데 기대돼요!

여기서 티비를 봐야 영어가 많이 늘텐데 티비를 보려면 liscence를 매달 10파운드씩 내고 사야된대서 계속 고민중이에요 ㅠㅠ
어떤 애들은 몰래몰래 보는데 걸리면 벌금이 1000파운드라네요... 정말 이 나라는 이상한 구석이 많아요.
아까는 식칼을 마트에서 사는 데 몇살이냐고 물어보드라구요. 18세 이하한테는 칼도 안판대요;;
음 그리고 또 이상한 건 가로등이 너무 어두워요! 그래서 해 지면 절대 학교 밖에 못나가요ㅠㅠㅠㅠ 오늘 저 동아리 모임(라틴댄스 동아리 들었어요! 짱 재밌음ㅋㅋ)갔는데 학교 밖에서 lesson했거든요, 근데 돌아올 때의 차편을 제공 안하는 거에요. 동아리 시스템도 참 구리죠;; 그래서 길도 잘 모르는데 어떡해야 하나 완전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거기서 알게된 프랑스 여자애가 차 태워줘가지고 겨우 기숙사 왔어요. 참 어저께는 고대 사람들 여럿이 모여서 공원 놀러가다가 길가에서 계란 맞을 뻔 했대요. 학교 정문 길에서 가끔 10대들이 그따위 짓을 한다네요;;; 대낮에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게 우습죠. 동양인들이 여럿이 몰려다니는게 보기 싫은가봐요.

이번 주는 이런 저런 일들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어요.. 수업이 시작되니까 한국과 다른 점들이 너무 많이 느껴져요. 물론 이 곳이 더 좋은 점들도 있지만 사람들끼리의 정 같은게 안느껴져서 영국애들이 좋아보이진 않네요. 여긴 같은 과 애들도 서로를 잘 모르더라구요. 엄청 폐쇄적이에요.
그렇다고 이 곳의 10%정도는 차지하는 것 같은 중국애들 역시 좋아보이지 않아요; 걔네는 자기들끼리 10명 정도씩 떼지어서 뭉쳐다니거든요 중국말로 떠들어대면서;;
세계 어느 곳에 가나 중국인들은 많은 것 같아요. 나중에 세상은 중국인들에 의해 지배될것 같지 않아요?ㅎㅎ

헤헤 이것저것 할 말이 많아서 메일이 길어지네요-
엄마가 읽고 있는 책들 재밌을 것 같아요- 전에 일본외교정책론이라는 과목들을 때, 일본교과서 왜곡 주제로 레포트 썼었는데요, 관점에 따라 우리나라 교과서도 왜곡된 면이 있을 수 있더라구요. 특히 민족주의 사관 같은 경우엔 왜곡이 상당부분 존재할 거에요. 우리나라만큼 '민족'에 목매는 나라도 없잖아요. 뭐 우리학교부터도ㅋㅋㅋ

엄마아빠는 통화해서 목소리 들었는데 언니랑 새미 목소리 못들은지 꽤 된거 같아 넘 보고싶어요-
새미랑 언니 집에 있을 때 전화한번 주세요!
여기 있으니 한국이 참 멀게 느껴져요.... 다들 변함없이 잘 지내는 모습 보고 싶은데-
전 꿋꿋하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시구요 가끔 이렇게 제 하소연만 들어주세요;ㅋㅋ
다들 건강하라고 전해주세요:-) 빠잇

 

<4차 편지입니다.>

 

엄마가 알려준 대로 양념해서 닭고기 재어뒀어요.
어쩌다 알게 된 여기서 유학하는 한국 동생이 매일 인스턴트만 먹는다고 저녁좀 해달라고 졸라대서
해줘보려구요ㅎㅎ 음 제 앞가림이나 잘 해야 할텐데;;ㅋㅋ

 

어느덧 영국 생활 3주째네요-
이제 어느정도 식단도 짜서 장 보고 제가 알아서 청소도 하고 그래요ㅎㅎ
오늘은 장미꽃이랑 꽃병사서 부엌에 놓아뒀더니 다들 좋아하네요^^
오늘 저녁때는 플랫메잇인 멜리사랑 같이 얘기했는데 얘 영국앤데 우리나라 가수 비 팬이래요ㅋㅋ
어쩌다가 드라마 풀하우스를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주인공들 영어이름도 붙여줬다는 거 있죠-
그러면서 여긴 비만큼 멋진 남자가 없다며 비가 군대 안가서 지금의 헤어스타일을 유지했으면 좋겠대요 흐흣 재밌죠
아 그리고 어제 저녁에는 fresher's ball이라고 무도회가 있었어요. 전 별 생각없이 제꼈는데 갔음 좋았을 걸 그랬어요-
애들 다 드레스랑 턱시도 차림으로 곱게 차려입고 돌아다니는 데 부럽더라구요- 저도 담번엔 이쁜 드레스 하나 맞춰서 가보려구요ㅎㅎ(가격도 안비싸대요;;ㅋㅋ)
엄마 내일 아침일찍부터 수업이라 길게는 못쓰겠네요-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리라 믿고 있을게요. 새미 힘내서 셤공부 열심히 하라고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