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재미와 크미의 생활

친구땜에 걱정이 된대요.

깊은샘1 2007. 3. 25. 15:34

새미가 감기로 훌쩍훌쩍 크리넥스 한통을 붙들고 살길래 제일 좋아하는 스타게티 먹으러 갔습니다.

마침 재미도 있어서 크미뺀 네 식구가 오손도손 맛있게 먹었네요.

 

재미왈,

자기 학교 꽤 친한 친구 땜에 걱정이 되어서 죽겠대요.

 

몇달을 우울증에 시달린다네요. 

저쪽 경남쪽에서 올라온 친구인데 혼자 자취하고 있나봐요. 

완벽한 성격의 소유자랍니다.

 

스스로 수업이고, 과외고 5분 지각도 인정하지  않는 성격이래요.

 

동생은 별로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세칭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고,

자기는 어렸을때부터 모든 면에서 잘했기 때문에 기대를 먹고 자랐나봐요.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사무관이 되는 게 자기의 목표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목표이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몇달전부터 계속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나봅니다.

 

살 이유를 모르겠다 한답니다.

죽으려고 별 방법을 다 생각봤다고 울면서 얘기했대요.

그러나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애서 아무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죽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대요.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도 큰 원인인 것 같고요. 

혼자 있으니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대요.

완벽한 성격이 소유자라서 남보다 뒤진다는 느낌을 참을 수 없고, 외모 컴플렉스(약간 통통), 외로움 등등이 한꺼번에 그 아이를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그러느냐고 했더니 집에는 절대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네요.

가뜩이나 엄마도 아프시고 자기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만큼 실망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죽어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고 하네요.

그것까지도 생각해봤다고 했대요.

 

친구가 자살할 것 같아 걱정이 된대요.

 

그래서 일단 학교의 카운셀러를 찾아가보라고 얘기해줬어요.

네가 친구로서 그 아이의 얘기 들어주는 것도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밥이랑 잘 먹는 지 부모나 애인처럼 챙겨주어라 했지요.

 

그렇지만 요 아이 재미도 그렇게 남을 챙겨주는 성격은 못됩니다.

본인 스스로 바쁘기도 하고요.

친구가 밥먹으면서 울면서 얘기하니까 걱정되면서도 좀 당황스럽기까지도 했대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우선 네가 그 아이 부모님에게 친구의 상태를 알려주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해줬네요.

부모는 아무리 충격을 받을지라도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해줬지만 한편으로는 더 부작용이 클까 걱정도 됩니다.

받아주지 못할 부모라는 걸 알기에 부모에게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을 숨기는 거 아닐까요?

행시공부 열심히 하고 있느냐고 항상 전화하신답니다.

 

부모되는 거 살얼음 걷는 거와 마찬가지입니다.

대학보냈다고 다 된 거 아닙니다.

결혼시키고도 또 얼마나 걱정을 하게 될까요?

 

완벽을 요구하는 부모들은 정말 조심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자식이 어려움에 쳐해있을 때 달려와 어려움을 하소연할 수 있는 부모되는 거 이게 부모로서의 저의 희망사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