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영어 길잡이/도움되는 댓글 모음

깊은샘 : 방명록 풍경님의 초3남아 학원경험기

깊은샘1 2008. 3. 27. 06:46

학원경험에 대한 진솔한 경험을 자세히 적어주셨기에 게시판으로 옮깁니다.

 

<풍경님의 글입니다>

 

어렵게 결정한 학원을 한 달도 안 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2학년 교과 과정 전과목을 (사회,과학,수학...) 원어민이 진행하는 학원입니다.
다양한 컨텐츠의 영어를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지금쯤 어휘,문법,쓰기 등등을
시도해도 좋을 것 같아 선택한 학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했던 이유는.....

첫째,우리 아들(초등3학년) 너무 행복해 하지 않습니다.
학교 수업도 갑자기 늘어난 데다 월수금 하루 두시간 반(차 시간까지 합치면 세시간 반)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수업을 하자니 죽을 지경이었겠지요.
거기다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단어 시험에다 작문 숙제,테스트까지...
그저 책을 듣고 읽기만 하던 엄마표 아이들에겐 너무 큰 부담이었나 봅니다,

둘째,듣고,읽는 시간을 내기가 너무 힘듭니다.(한글책 포함)
학원 다녀오느라 지친 아이에게 다시 듣기 책을 들이밀 수 없더군요,
그러면서 ‘과연 아무리 좋은 컨셉의 학원이라도 듣고,읽기를 방해하는 학원을 꼭 보내야 할까’하는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
셋째,충분한 듣기와 읽기 없이 학원에서 제공하는 학습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문.
사실 학원의 수업 내용은 마음에 듭니다.영어를 위한 영어 공부가 아니라 사회,과학,수학,언어등 학과 공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며 영어 실력을 키우는 곳이거든요.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부자연스럽게 ‘학습’할 게 아니라 듣고 읽다 보면 저절로 되는 것인데 애 잡아가며 어렵게 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으로 다시 아이의 일과표를 짜보니 마음껏 읽고 듣고 할 시간이 어찌나 많은지
(영어 학원 보내기 위해 너절한 것들은 다 정리해 버렸거든요,)
무조건 학교 다녀와서 세시간 놀고 시작하는데도 말입니다.
일과표를 짜고 나니 더욱 더 결정이 쉬웠습니다.
힘들어 하는 아들을 보며 어렵게 학원을 보낼 것인가,
신나게 놀다 와서도 마음껏 듣고 읽을 시간을 줄 것인가.
그래서 결국은 학원을 정리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짧은 기간이지만 학원을 다니면서 우리 아들이 얻은 것도 많습니다.
첫째, 세상은 넓고 영어 잘하는 친구들은 많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둘째, 그동안 엄마랑 하던 영어가 얼마나 즐겁고 평화롭고 편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셋째, 영어 학원을 핑계로 그동안 망설이며 정리하지 못했던 수업이 덕분에 정리 됐습니다.
    (안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수업들도 그만두고 나면 다 별것 아니더군요)
넷째, 빡센 학원을 다녀보고 나더니 빡빡하게 영어 스케줄을 짰는데도 두 말 않습니다.
   학원 안 보내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단 학교 다녀오면 무조건 세시간 놀고,‘엄마 영어 학원’ 다닌다는 생각으로
   다섯시부터 무조건 책상 앞에 앉기로..)
다섯째, 때로는 영어도 외우고,문제를 풀고,숙제도 하는 등등 공부처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여섯째,어렵게 학원을 다니면서 서로 위로하고 기대느라 아들하고 엄마 사이도 더 좋아졌습니다.마지막까지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며 학원을 정리해주니까 더 고마워 합니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은 많지만 계획은 심플합니다.
-하루 한시간 집중듣기
-하루 한시간 쉬운책 읽기
-밥 먹으며 하루 한편 DVD 보기
-하루 삼십분 학습서 하기
-하루 삼십분 런투리드 받아쓰기(학원가기 전에 했던 건데 학원 때문에 열다섯권 정도 하다 중단,요거이 효과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루에 총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무려 네시간.
그러고도 하루 세시간은 맘껏 놀게 합니다.
거기다 저녁 시간에 한 시간 정도 한글책 읽을 시간도 있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제 주변에 한달만에 학원을 그만둔 엄마가 저 뿐만이 아니더군요.
주위에 엄마표를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3월 들어 잠시 학원 바람이 불어 저를 비롯해 세친구가 학원행을 시도했다 세명 모두 한달이 안 돼 그만두었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저의 이유와 모두 같습니다.
오직 학원만이 해답이고 학원을 안 보내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엄마들이라면 쉽게 하지 못할 결정이지요.
엄마표를 하는 엄마들에게는 학원이 아니어도 더 나은 대안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 대안은  바로 ‘영어책 무한 듣고,읽기’ 아니겠습니까?
비록 야심찬 시도가 실패 아닌 실패로 끝났지만 그다지 걱정되거나 의기소침하진 않으렵니다.
이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옆에서 편안한 자세로 집중 듣기를 하고 있는 기특한 울아들.
학원을 다닐 때 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입니다.
그 아들을 보고 있는 제 마음도요....

 

거제댁  

 

풍경님.. 긴글을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아마 너무나 공감되기 때문인가 합니다..
영어를 일년만 열심히 하는 암기과목이라면 어학연수도 큰맘먹고 보내고
비싸고 빡신 학원이라도 보내야겠죠..
그치만 영어는 일~이년 하고 마는 게 아니라 다른나라 언어이다보니..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지.. 그나라 말을 할까 싶어요..

목표를 길게 잡고 저 자신한테 자꾸 되새김질 합니다.
길게 보자.. 즐겁게 가자.. 영어책 자유자재로 읽을수 있으면
일차로 성공이라구요...
그치만 갈대와 같은 인간이다보니..
간혹 솔직히 쬐끔씩 흔들리긴 합니다요..ㅋㅋ

풍경님이랑 아들님.. 마음이 확고히 정하셨으니.. 이제 매진하는 일만 남았네요..^^
저희도 어디 빡~씬 학원없나...요?..한달만 고생좀 시켜보게요..ㅋㅋ
엄마랑 하는 영어가 얼마나 쉽고 재밌는지.. 울딸이 좀 알아야한당께..ㅋㅋ
 
주위에 엄마표 엄니들이 많으신가 봅니다..
제주위엔 없는데..집에서 하느니 학원에 가는게 남는거라고 하십니다..
아님 학습서 외우는 걸 하시거나...쥬니어토익준비에 뭐라더라 쥬니어 뭐시기 준비한다는...
조 맞춰서 과외들 하시더군요..허걱 했어요...^ ^;
귀막고 눈막고 있습니다..모르겠다..영어책 잘읽는게 목표다합니다..
플로라한테도 너 하기 싫음 당장 학원가 하면 암소리 안하고 책 읽어 주십니다...
그래도 레벨이 얼마 오르고 반에서 잘한다고 함 부럽긴 하더라고요...^ ^;
 

화이트린넨 

 

경험에서 우러나신 글 잘 읽었습니다.
늘 그렇게 고민하고  또 시행착오 하면서,  그리고 그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면서 가는 길인 것 같아요.

님 말씀처럼,  엄마표를 모르는 경우라면,  그리고 아이가 충분히 영어 감각이 있다면
그런 커리는 추천할 만 하지요.

그러나,  사회 과학 등 학습적인 부분 때문이라면
논픽션 읽기로 두루두루  배경지식을 쌓아 두었다가
필요한 시기에  학습서 몇 권씩 풀어주면  충분한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지식 습득을 위한 것이라면,  훨씬 학습효과가 있지 않나 보구요.

엄마표를 아시는 분이라면,  비용대비,  시간대비   엄마표가 훨씬 낫다는 생각에
동의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학원을 정리하셨다면,  다시 심기일전 하셔서
학원에서 만큼의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좋은 글, 동감하면서 잘 읽었구요,  풍경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