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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있는 것을 다 믿으면 책을 읽지 아니함만 못하다.

깊은샘1 2007. 4. 1. 22:12
 
아들때문에 시작된 남편과의 불편한 관계, 부모노릇 하기 참 힘듭니다.

남편은 아이에게 엄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제가 봤을 때 너그러울 수 있는 문제도 걸고 넘어지는 것 같아 마음 불편함이 꼭꼭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시작한 것이 남편에게 날마다 편지 쓰기 입니다.(남편사무실로 보냅니다.)

남편이 말이 없는 사람인지라 처음에는 내색 않더니만 어제 가족끼리 여행을 갔는데 그러더군요. ‘가슴 뭉쿨했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편지 쓰면서 더불어 <사마천 사기> 한 편씩을 써서 함께 보냅니다. 이리하면 남편도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죠!!!

 중이미지보기 삶은 무엇인가?< 사마천 / 서해문집 >

 

책에 있는 것을 다 믿으면 책을 읽지 아니함만 못하다.

<서경>은 선비들에게 귀중한 책입니다. 그러나 너무 꾸밈이 많고 과장된 데가 있어서 그것을 그대로 다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맹자는 특히 <서경> ‘무성편’은 그 중에 일부분을 배우는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성편’은 주나라 무왕이 주왕을 정벌하는 대목인데, 그때 싸움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 놓았습니다.

 

“싸움은 격렬하여 수많은 사상자가 흘린 피가 내를 이루고,주검은 산같이 쌓였다.”

 

맹자가 다 믿지 말라고 하는 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성인인 무왕이 폭군 주왕을 토벌하는데. 그렇게 적의 수효가 많았을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맹자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는 차치하고, 책이란 그 책을 지은 이의 의견입니다. 그 의견은 지은이 개인의 것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사람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기의 의견으로 안다면 세상에 수많은 책들의 각각의 의견을 어떻게 전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공자도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고 했습니다. 배우고 생각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사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자기 독자(獨自)의 사상과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하나의 수단입니다. 수단 속에 묻혀 버리면 목적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즉, 아무리 책을 읽고 배웠더라도 자기의 것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목적은 없고 목표만 있다면 ‘꽃들에게 희망을’ 에서 처럼 꼭대기에 도달은 하겠지만, 목적없이 헤매며 허무함을 느끼게 되어 마침내는 절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