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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 : 사마천 ‘사기’ 를 읽으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깊은샘1 2007. 4. 8. 11:39

<메모> 파블로네 있던 조르바님 글인데요..

조르바님이 컴과 친하지 않으셔서 제가 일을 대행해서 올립니다.

 

사기열전 / 사마천 / 서해문집

제 스스로 연민에 빠질 때 들여다 보는 책입니다. 삶이 무거울 때, 노력하는데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답답할 때 열어 봅니다.

 

겨울의 햇볕은 사랑스럽고, 여름의 햇볕은 무섭다.

 

춘추시대 때 조(趙)나라는 진(晋)나라를 종주(宗主)로 섬겼다. 문공 때에는 조쇠가, 다음 양공 때에는 그 아들 조둔이 각각 진나라에서 높은 벼슬을 했었다.

 

조쇠와 조둔 부자는 다 같이 뛰어난 인물이었으나, 조쇠는 성품이 온순하고 부드러워서 누구나 친숙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 아들 조둔은 성질이 서릿발같이 매서워서 누구나 그 앞에 오면 떨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세상사람들은 이들 부자를 가리켜서 ‘그 아버지는 겨울날의 햇볕 같고, 그 아들은 여름날의 햇볕 같다’고 했다.

 

겨울의 햇볕은 따뜻하고 포근하지만 여름의 햇볕은 뜨겁고 두렵다는 뜻이다. 조둔은 그래서 싫어 하는 사람도 많았고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조둔이 살아 있을 때는 아무도 그 앞에 대드는 이가 없다가 그가 죽고 나니까 화근은 그의 아들 삭에게 닥쳐 왔다.

 

조둔이 살았을 때 그와 권력 다툼을 했던 도안고는 사구라고 하는 사법관이 된 것을 기회로, 조씨들의 잘못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조씨 일족을 모두 죽여 버렸다. 이때 조삭의 아내는 아기를 배고 있었는데, 조삭의 집에 식객으로 있던 공손저구와 정영 두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져 그 후에 난 아들이 자라서 아버지와 문중의 원수 도안고를 죽이고 조씨 집안을 다시 일으켰다.

<사기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자식에게, 주위 사람에게, 여러가지 물음을 던지며 반성해 봅니다.

자식의 잘못을 하나 하나 지적하며 숨을 못 쉬게 만든 부모는 아니었나? 너그러움은 없이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는 아니었나? 여름의 무서운 햇볕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자식이 햇볕을 피해 그늘로 숨어 들지는 않았는지 이글을 읽고 깊은 생각을 해 봅니다.

 

얼마전 여러가지로 힘들었을 때 아들내미에게 은원간의 정리를 잘 해야한다며 이 글을 읽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의 원수는 한 하늘을 두지 않으며, 형제의 원수는 같은 땅을 밟지 않고, 친구의 원수는 한 지붕 아래 있지 않는다.’ 라고 말하며 조삭의 아들 이야기도 덧붙여 은원을 아는 사람이 되라 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너무 매몰치게 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이가 들 수록 겨울의 햇볕이 되야겠구나 합니다.

부모노릇 하기, 사람노릇하기 참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