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교 1기 선배방/느리고평화-중3남 필립·초5여 줄리

느리고 평화 : 새미네를 졸업하며...

깊은샘1 2008. 3. 1. 10:19

즐거웠던 1년

작년 개교할 때부터 함께 했던 새미네학교를 벌써 졸업할 때가 되었네요.

새미네를 다니기 전에는 영어가 재미없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조금 재미가 붙었습니다.

제 진행기에 달린 글들을 보며, 한참을 웃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친근했던 새미네이기에 더욱 떠나기가 싫습니다.

새미네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누가 누구엄마인지, 누가 누구 딸아들인지 거의 다 외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새미네를 자주 방문하시고 진행기도 꼬박꼬박 쓰신 분도 계셔서 새미네 학생이 아니시지만, 학생인 줄로 착각한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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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2월 3일엔가 쓰다만 줄리의 회고사(?)입니다.

약 한달간 '임시보관함'에 자리차지하고 있었네요.

줄리는 저 귀여운 마음이 왜 홱 바뀌었나....글을 삭제하라고 야단이지만 (몇차례 제가 마저 쓰자고 할때마다) 저는 엄마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새미네 영어학교에서 학생인 엄마가 공부한대로 실행해보는

대상자로서 아이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유의미하다고 생각되어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줄리 성격으로 보아, 그냥 저 글에서 더 이상은 진행되지 않을 듯 하여

그냥 저기까지 쓰인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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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행입니다.

아이가 회고사 제목으로 '즐거웠던 1년'이라고 적는 걸 보며,

'새미네 안 할래, 자꾸 그렇게 남들하고 비교하면 영어 안 할래, 엄마나 새미네 실컷 해...' 하던 아이 마음이, 사실은 그것이 일부이고, 전체적으로는 저랬구나 싶어서 기뻤습니다.

 

엄마표영어가 생판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새미네 일년을 지나며 그 이전의 엄마표시간을 되돌아보면

내 욕심에 아들말마따나 "실험대상'으로 이것저것 남들의 이론과 경험을 끌어다밀었던 게 아이들에게 미안했습니다. 특히, 아들이요.

 

우리는 흔이 이렇게들 생각합니다.

'자식을 관리(manage)하는 건 괜찮지만, 조작하는(manipulate) 건 안 되지.'

그러나, 관리한답시고 조작하려 했던 건 없었나,

그럼 이끌어주는(guide) 건 좋은 거니까 가이드하려 했겠지....싶지만,

그 또한 내 입장에서는 이끌어주는 거지만, 아이입장에서는 다 똑같은 manipulation이었을수도 있지요.

 

엄마표영어를 하면서, 이들 셋 '관리, 조작, 이끔' 사이의 경계를 구분짓기도 어려웠거니와

내가 엄마표 영어 요리에 들어갈 재료들을 잘 고르고 이러저러 열심히 요리해서 던져주면

너네들은 열심히 먹고 쑥쑥 자라야지, 왜 맛없다, 안 먹을래 인상쓰냐...하며

아이에 대한 '관찰과 공감' 보다는 숨겨진 비판과 설득으로 다가갔던 시간이 많았구나 싶습니다.

 

아이성장에 들이대는 모든 양육법과 마찬가지로 엄마표영어도 그 중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방법론에서만 접근하자면 그렇지요.

아이와 같이 성장하겠다는 양육철학이 없다면 아이도 엄마도 마찬가지로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새미네학교는 엄마표영어의 방법만 나누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철학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고

내면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비교를 통한 경쟁'을 지양해왔기에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제가 한 4년여전 엄마표영어를 처음 접했을 때,

나의 상태와 아이의 상태보다는

그네들의 경험에 바탕을 둔 나름의 이론과 신화적인 성공경험사례에 놀라서는

타자(남편)의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야, 무조건 듣기만 한다고 되나, 니 함 들어봐라, 전혀 모르는 이야기를 그것도 영어로 한시간씩 듣고 있어봐라, 그게 되겠나'

 

당시 초5이던 아들은 늘 직장생활로 바쁜 엄마가 듣기 한시간만큼은 자기랑 있어주니까(동생으로부터 독차지할 수 있으니) 그걸로 그냥 듣는 듯 했던 것이었음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았지요.

그게 아이의 마음이었습니다.

 

여러 방법이 있고, 여러 성공사례가 있지요.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과 길을 찾는 게 정답이라고들 합니다만,

유난히 그 길이 보이지 않는 자식도 있습디다.

그럴 때,하필이면 그럴 때 쭉쭉 엄마표영어의 성공이야기들을 들으면 더 힘이 빠지기도 하더군요.

어느 영어전문가가 그랬다네요.

"비교하지 말고 앞만 봐라."

상대적 비교보다는 아이안에서 절대 비교를 해야겠습니다. 새미네 시작전과 후.

그러면 분명 발전이 있으니 아이를 칭찬할 건덕지가 있겠지요.

 

의욕에 넘치고 실력이 놀라운 2기 후배들을 보니,

별로 놀랄만한 거리를 내세울 게 없는 선배지만, 선배랍시고 한마디 하자면

지금 출발은 같아도 분명 앞서가는 자, 뒤쳐지는 자가 생길터인데

힘든 이야기, 내가 힘들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이야기, 잘 안풀리는 이야기들을

더 자유롭게 나누고, 진심어린 격려와 조언을 해주는

새미네 아름다운 전통(^^)을 잘 물려받아주세요.

 

등록비 한푼 안받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두 여인께 감사드립니다.

깊은샘 선생님! 화이트 린넨 선생님!

선생님이라고만 자꾸 부르다보면 이분들의 정성과 노력이 당연해보이는 착각에 빠질 수 있더만요.^^

그래서, 가끔씩은 아름다운 두 여인으로 부른답니다, 저는요~~

 

마지막 제 욕심은 이랬답니다.

똑똑한 줄리가 레벨테스트해서 턱하니 자랑할만한 레벨을 내놓으며,

'봐라, 새미네 함시롱 요렇게 상승했다야~~ '

그런데, 아이는 안 하겠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었으니 아쉽게 침만 삼킵니다.

꼭히 정해진 테스트라는 걸 하지 않아도 아이의 발전을 보았으니까요.

요즘 항간에 회자되는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종이로 치르는 시험이 아니라, 오랜 시간 관찰에 따른 평가가 더 중요하잖아요^^

 

삼일절입니다.

나라가 독립한 날.

저는 제 욕심에서 독립하렵니다. 심.기.일.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