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교 2기 학생방/새벽밤-중3남 미카엘

새벽밤 : 미카엘이야기_1

깊은샘1 2008. 3. 10. 10:30
 

어렸을 때부터의 이야기를 다 쓰자면 길겠지요. 벌써 중3이니...


미카엘이 어렸을 땐 블록과 레고를 잘 가지고 놀았지요.

우드블럭이 한 창 유행이었을 때 욕심껏 사주었어요.

그리고 마루에 온통 어지러 놓고 놀아도 뭐라 안하고 맘껏 놀게 해주었어요.

그리곤 아이가 꼼꼼한 지라 정리 잘 해 놓았구요.


유치원에서 그림 그린 거 가져오면 벽 한 켠에 붙여 놓고 보게 하구요.

큰 아이 6살 때 할아버지가 레고 비행기 세트를 사 주셔서 그 때부터 레고의 맛을 알았지요.

그래서 조립하고, 그런데 미카엘이 자기가 만든 걸 깨뜨리는 걸 싫어하더라구요.

그래도 다시 네가 원하는 걸 만들어라 해도 싫어해서, 한 동안 그걸 가지고 실랑이 했는데 좀 크니

다시 잘 만들었어요.


큰 아이가 영어유치원 다니면서 미카엘도 같이 영어비디오보기를 시작했네요.

근데 한 글도 잘 안 깨쳐서 그런지 그림과 영상보기...

제가 생각해도 그 시기가 넘 길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때는 자막없는 비디오도 구하기 힘들었고,

다행이 아들 하나 둔 친구가 영어에 일찍이 눈을 떠서

비디오 빌려다가 집에서 비디오 2개로 더빙해서 보여줬던 기억 납니다. 바니, 애플파피 등

위씽 시리즈 사서 아이들 한참 봤구요. 그때 보면서 재미있어 했어요.

이 때부터 아이들 세뱃돈 받은 걸로 시리즈물, 보고싶은 비디오 살 때 그 돈으로 사는 걸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러다 ㅈ ㅅ 네를 알게 되었는데 학습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을 보고 놀란 가슴 한참 추스렸지요.

쓰기도 좋아하지 않았고, 이해력도 좀 늦은 편이라 초등때는 남들 다 가는 학원 보내지 않았구요.

아이가 스트레스 받을 일도 그렇거니와 저의 소신이기도 했지요.

유치원때 알게 된 미술샘과 인연이 되어 초등 1년부터 중1초까지 미술했어요.

학원에서 제한된 공간에서가 아닌, 도자기도 구우러 다니고, 미술관에 전시회 가기도 하고,

과천에 가 잔디밭에 뒹굴다 그림도 그리고,

초등3학년 땐 미술샘 팀 모두가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도 한번 했구요.

아이가 맘의 상태가 좋을 땐 그림도 좋았는데요, 밑에 화살표 표시도 해가며 ...

샘의 수업방식이 아이들에게 ‘그림만 그려라’ 가 아니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동시에

아이들의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을 왜 그렸는지 항상 토론하게 했어요.

고거이 더 마음에 든 거지요. 그 과정을 즐기는 아이들이 나중에 보니 더 큰 것 같았어요.

스킬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진행을 중요시 여겼거든요.

근데 가기까지가 항상 힘들었기 때문에 많이 고전했지요.


초3때까지만 해도 아이 잠들기 전에 함께 책을 읽었어요.

엄마랑 번갈아가면서, 엄마 한줄, 아이 한줄 아니면 한쪽씩 이렇게요.

제가 졸려 깜빡하면 엄마하고 소리쳐서 놀라 깨곤 했지요.

아이구 별 얘기 다 나오넹  ㅠㅠ


어느 덧 5학년이 되어 수학학습지를 하고 있었는데 영어도 해 달라 해서

그때부터 영어는 학습의 쓰기를 시작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우리 미카엘은 넘 학습에 늦게 노출되서 지금도 헤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3학년때까지도 수학을 넘 못해 아이가 머리가 나쁜 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고학년 되어서 아빠가 시험때 좀 봐주고 했더니 주요 과목은 한 두개 밖에 안 틀리기도 했네요.


중등 올라가는 그 해 겨울부터 수학, 영어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 그룹이 자연적으로 소수로 형성이 되어, 수학은 중등과정을 시작하고,

영어도 무슨 기초영문법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공부의 맛을 보게 한 것이 아마도 이때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되어요.

아이 성향상 시끄러운 것도 싫어하고 아이들 많은 것도 싫어했는데

샘님도 잘 이끌어주셔서 따라가는 듯 했지요.

사춘기가 아직 안 왔으니 숙제도 꼬박꼬박 다 해가고, 성실했답니다. 엄마말도 잘 듣는 ...

단어도 항상 엄마랑 같이 외웠으니 다른 아이들 안 외워와도 미카엘만 다 외워가서 칭찬 받고...

근데 아이가 문과 성향은 아니었나 봐요.


영어보다 수학을 더 좋아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엄마가 영어를 빡시게 시킨 것도 아니고

책을 마구 읽어라 한 적도, 쓰기를 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영어하기를 왜 싫어하는지

그건 저나 우리 큰 아이도 왜 그런지 아직도 미스테리라고 합니다. 


중등 올라가서 2학년 1학기 중간까지도 영,수는 다른 과목에 비해 점수를 잘 받아왔네요.

그리곤 미카엘말이 항상 수학보다 영어를 한개씩 더 틀리네 이렇게 말하기도 했구요.

다른 과목은 영 꽝입니다요.

제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지요.

2학년 올라오면서 영어학원에 문을 두드리게 되었어요.

같이 하려다 보니 제가 죽을 것 같아서리 ㅠ ㅠ

멀리는 안 가려고 하니, 가까운 곳으로 ...그리고 빡시게 시키는 학원보단 미카엘에게 맞는 곳이 있을 거란 생각에, 바로 미카엘 학교 앞에 학원이 생겼더라구요. 헐 잘됐다 싶었지요.

가서 상담하고, 전 맘이 바쁘니 바로 등록  ...

그러면 제가 맘이 좀 편할 것 같아서요. 아이 단계 맞춰서 공부 시작했는데...

어찌하다 제가 거기로 출근하게 되었어요.

ㅋㅋ 아이 공부시키려다 엄만 돈까지 벌게 되었다는... 전설이


2학년 1학기 중간 되니 그 때까지도 수학학원을 다녔었는데

수학학원 가는 날이면 영어를 안 간다 버티고...

참 이렇게 아이와의 실랑이가 시작되고 사춘기가 서서히 아이 맘속에 자리 잡아 가고 있었어요.

그러니 걍 학원까지만 가라, 가면 하니까... 이런 맘이 내내 제 가슴속에 있었구요.


그렇게 되니 영어뿐만이 아니라 수학도 한 레벨을 내려가니 속이 상했는지,

그리고 잘 따르던 샘님도 그만두고 해서  다니지 않는다 버텨서 그것도 끊었지요.

1학기 여름방학까지는 어찌 해 볼 수 없게 아이의 모든 생활이 엉망이 되어 버렸네요.

학교갔다 오면 교복도 꼭 걸고 그랬는데 그런 아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어요.

참 울기도 많이 울고 그랬는데 아이의 귀에는 제 말이 귀 담아 들리지 않았지요.

 

시험때 집에 전화해보면 안 받고, 핸폰도 안 받고 해서 제가 수업하다 말고 집에 달려온 적이 있었어요.

통화가 되면 도서관 갔어요 하는데, 방에는 가방도, 낼 시험 공부할 책도 그대로 있고 해서...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고 바람 쏘였어요 라고 말해서 놀란 가슴 많이 추스렸네요.


2학기 시작되면서 학원에서 미카엘을 가르치셨던 샘님에게서 전화가 왔네요.

공부같이 했음 좋겠다구요.

전 넘 좋아했지요. 여름내내 영어만 다닌답시고 거의 방탕의 생활만 했는데

(말이 좀 거시기 하네 ㅠㅠ)

다시 시작한 수학을, 아이가 거의 3개월을 놀았기 때문에 공부습관을 잡기가 선생님이 좀 힘드셨나 봅니다.

숙제 많이 내 줄 때마다 안 간다 해서 조정해 달라 아이 달래고,


중2에서 중3 올라가는 이 황금의 시기에 미카엘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컴과, 핸폰에만 매달리는 걸 보고,

아이탓만 해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 가슴을 부여잡았어요.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 붙잡고 얘기하고...

아빠가 만약 이 상태에서 아이를 억눌렀다면 아마 더 삐뚤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아빠는 저보고 항상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고, 항상 보듬고 감싸라 해서 제가 많이 삭였던 것 같아요. 

저는 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데 비해, 아빠는 남을 배려하는 스타일이라

우리 아이들이 아빠를 잘 따르는 것 같아요.

황금같은 2학년 2학기도 수학의 맛을 좀 들여가며, 나머지 생활은 걍 그대로인 채,

영어는 문법으로 발을 들여놓고 서서히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스토리북 간간히 하고.

겨울방학직전에 새로운 샘이 오셔서(젊고 예쁜, 아이들과 눈높이가 잘 맞는),

미카엘이 조금씩 영어와의 씨름에 발을 붙여갔어요.

그래도 중간중간에 속이 터지는 일이 없진 않았지만 아이의 성향을 아시는 샘들이

잘 붙들고 얘기도 해 주시고, 저는 강건너 불구경 하게 되었지요. 이러믄 안 되는데 ㅠㅠ


겨울방학까지도 아이는 컴을 마냥 즐기는 아이로 걍 냅뒀어요. 저지한다 해도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아서요.

수학 1주일에 두 번하고, 영어는 학원교재로 했는데, 받아쓰기, 단어등 매일 했어요.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법을 했으니 얼마나 입력이 되었는지는 ...

미카엘 이야기 2에서 계속 됩니다.


아이의 상태를 좀 알리려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말로 풀려니... 샘님들께 신고를 해야하다보니